[산해절승 변산] 제3일 위도·계화간척지 구경 후 귀가

▲ 계화 간척지 바깥 갯벌의 노을 풍경.

제3일째는 핵폐기장 문제로 시끄러웠던, 그러나 절경 섬인 위도를 다녀온다. 그 후 변산반도 북안의 해안도로를 달려 계화간척지 방조제 위에 섰다가 귀갓길에 오른다. 해창에서 변산온천장 옆을 지나 주욱 들어가면 부안댐이 있으나 일부러 애써 찾아가볼 만큼의 절경 호수는 아니다. 다만 내변산을 가로지른 736번 지방도를 따르는 드라이브는 한번 해볼 만하다. 중간에서 바드재를 넘는 험로도 200m쯤만 남기고 모두 포장되었다.

변산 북부 해안도로는 일요일 오후엔 정체되므로 아예 이 길로 하여 유천리로 넘어가 줄포 저류지 갈대밭을 본 뒤 줄포 나들목으로 올라타는 것도 좋겠다. 다만 겨울철이라 갈대꽃이 모두 져서 다소 삭막한 분위기다.
북부해안도로로 오가는 도중 한 번 기회를 잡아 변산온천장 일대의 바지락죽집을 들러본다. 바지락죽은 변산의 별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위도
핵폐기장 취소 후 관광지로 부상

만약 핵폐기장 설치가 완전 취소되면 부안군 위도(蝟島)는 관광 명소로 새롭게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섬을 빙 둘러서 경치가 좋을 뿐 아니라 드라마 영화촬영 명소로도 종종 애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동건 주연의 해안선이 이미 이곳을 배경 삼았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드라마 이순신의 주요 장면을 찍는 곳으로 선정돼 세트장이 완성되었다.

위도는 면적 약 11㎢로 여의도(8.5㎢)보다 조금 넓다. 해안선 길이는 36km이며 인구는 2,000명. 고슴도치 위 자를 써서 위도이니, 섬 전체의 모양이 고슴도치 같다는 뜻일까. 위도는 ‘한때 접대부가 천은 넘었다’는 곳이다. 옛적 조기잡이가 절정일 때의 말이다. 위도 근해 칠산바다에서 잡힌 칠산 조기는 그러나 이미 20여 년 전 옛말이 되었다.
격포에서 위도까지는 10km로 약 45분 소요. 전망 좋은 여객선 3층 객실에 둘러앉아 맥주 한 잔을 하는 사이 위도에 가 닿는다. 위도는 섬을 빙 둘러서 해안을 따라 포장도로가 닦여 있다. 여객선이 닿는 시간에 맞추어 섬을 일주하는 버스가 운행되기도 한다(공영버스 063-583-2676, 택시 063-581-1676). 그러나 차를 가져갔을 때의 편리함에야 비교할 수 없다. 차량을 가져갈 경우 운전자 포함 편도 24,000원. 1인당 요금 편도 6,700원. 격포 여객선터미널 전화 063-581-0023.

배가 가닿는 곳은 길쭉한 위도의 북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파장금항. 도로는 이곳부터 도장금, 깊은금, 미영금, 논금의 순으로 빙 돌아 원점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주로 해안선을 따른다. 그중에도 가장 경치가 좋은 곳은 역시 영화 해안선에 이어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촬영장으로 선정된 논금 해변이다.
해변에서 보면 저 앞 바다로 내조도를 비롯한 여러 개 섬들이 웅기중기 겹으로 늘어서서 바다 풍치를 꾸미고 있다. 해변은 오랜 세월 바닷물에 씻겨 둥글납작한 납작 자갈이 깔린 희귀한 해변으로, 맨발로 그 촉감을 즐기며 걸어가 망루 세트가 세워진 둔덕에 올라 바깥쪽을 내다보자 경치가 한결 더 낫다. 해안 동쪽 저편 둔덕에 깨끗한 한양모텔이 서 있다. 마침 배가 한 척 들어와 해변에 정박한다. 아낙이 들고 내린 함지박엔 물고기가 그득하다.

노변에 벤치 등 휴식공간이 설치된 조망처를 지나 섬을 빙 돈 뒤 다시 파장금으로 와서는 이 위도에서 가장 잘 한다는 백조횟집으로 갔다. 남편이 잡아왔다는 놀래미를 건져 올리며 아낙은 “양식이 아니냐구요? 그거 운반해 올려면 운반비가 더 들어요” 한다. 1kg에 30,000원을 부르는데 찌개 맛도 좋은 편이어서 별 불만이 없었다.

계화간척지
농경지이자 뛰어난 풍경지인 곳

변산반도 북쪽 해창 근처에서 북쪽으로는 현재 길게, 그 말썽 많은 새만금 방조제가 뻗고 있다. 아직 이곳은 일반인 출입 금지다. 그리고 별 볼 것도 없다. 넓고 광활한 맛을 보고 싶다면 이곳 말고 계화간척지로 간다. 새만금 방조제 끄트머리에서 부안쪽으로 7km쯤 가서 북쪽 705번 지방도로 접어들어 북상하면 계화간척지 둑에 다다른다. 찻길은 제방 동쪽으로 나 있으며, 중간에 차를 대고 둑에 올라가본다.

계화간척지는 63년에 공사를 시작, 71년에 끝났다. 마지막 물길을 막은 곳은 열댓 번이나 터져나가 터질목이라 부를 만큼 당시엔 난공사였다. 이 간척사업으로 2,740여ha의 농경지가 생겼으며, 이곳에서 나는 쌀은 계화미라 하여 맛이 매우 뛰어나다.

계화방조제를 쌓기 전엔 멀리 청호지 남쪽 나무개까지 물이 차들었다고 한다. 부안 향교 유림들의 기록을 보면 심한 장마에 해일까지 겹치면 부안읍 북서쪽 석황산의 3부 능선까지 물이 차올랐다고 한다.

방조제 위에 오르자 마침 노을빛이 들었다. 광대한 잿빛 개펄은 순식간에 불그스레한 핏빛 바다로 변했고, 안쪽 간척지는 밝은 주황빛 형광 염료를 흩뿌린 듯했다. 그 빛이 스러질 때까지 우리는 방조제 위를 떠나지 못했다.

민속바지락죽집  변산 해안가도로를 달리노라면 무수한 바지락죽집이 있다. 이중 맛갈지게 하는 집으로 이름난 업소 중 하나가 변산온천장 드는 길목 바로 오른쪽 옆의 민속바지락죽집이다. “원조냐 아니냐보다 맛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집이다. 일단 싱싱한 바지락을 넉넉하게 넣었으며 원하는 대로 더 주고 반찬도 깔끔하다. 1인분 6,000원. 아침에도 문을 연다. 063-583-9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