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요리] 올리브 삼겹살구이 & 부대찌개

한여름 눅눅하고 후텁지근한 더위가 지겹고 짜증난다면, 휴양지가 배경인 연애소설에 한 번 빠져볼 일이다. 너무 통속적이거나 하이틴 로맨스 같이 좀 유치해 보이는 것도 한여름 더위에는 더 없이 좋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뭔가 뿌듯함이 밀려오고, 자신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 때 떠나는 한여름 휴가야말로 더 없는 삶의 낙이 될 것이다. 비 내리는 국도를 버스를 타고 달리며 차창에 기대어 사색에 잠겨도 좋고, 차창을 다 열고 달리며 한껏 분위기를 돋울 수도 있다. 그리고 휴양지에 도착하면, 남들 다 하는 물놀이나 뱃놀이 말고 남다른 무언가를 찾아볼 일이다.

아이 손을 붙잡고 토끼풀을 뜯어도 좋고, 애인과 함께 야생화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것도 한 번 해볼 만하다. 그러면 내가 주인공이 되고 휴양지에 몰려든 다른 사람들은 조연이 되어 분위기를 잡아줄 것이다. 휴양지에 와서도 술 마시고 떠들며 시끄럽게 나다니는 사람들이 조연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고기는 불로 조리하는 게 아니라 열로 익혀야

해가 어스름해지면 이제부터 주인공이 나설 차례다. 가지고 간 화덕에 불을 지피고 탁자와 의자를 준비해 보자. 탁자가 비록 볼품없는 휴대용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테이블보를 씌우도록 한다. 남들 다 먹는 소주 대신 와인이나 얼음에 잰 샴페인을 준비해 놓고 가족이나 애인, 그리고 친구들을 위해 쇼(show)를 시작해 보자. 

첫 번째 준비할 쇼는 사람들의 혀끝을 즐겁게 할 올리브 삼겹살구이다. 삼겹살은 휴양지에서 구하기보다 집에서 미리 준비해 오는 것이 좋은데, 약 1.5cm 두께가 적당하다. 이것을 넓게 편 다음 그 위에 올리브기름을 살짝 바른다.

기름기 많은 삼겹살에 또 기름을 바르는 것에 경악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올리브기름은 식물성이고, 이것이 고기의 누린내를 없애 주는 훌륭한 향신료 역할을 한다. 예로부터 불은 불로 다스리고 물은 물로 다스린다 하였으니, 기름기 많은 삼겹살에 다른 기름을 입힘으로써 더욱 담백한 맛을 즐기려 하는 것이다. 참고로 올리브기름은 너무 많이 바르지 말고 표면 위에 얇게 살짝 바른다. 그런 다음 허브맛 소금을 약간 뿌린 뒤 여러 개를 겹쳐 30분 정도 놓아둔다.

30분 정도 고기가 숙성되는 사이에는 가만히 있지 말고 화덕을 준비해 보자. 화덕은 숯불이 막 피어나는 것보다 불꽃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로 만들고난 후 사용해야 한다. 숯불 화덕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불’로 조리하는 것이 아니라 ‘열’로 음식을 익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숯에 불을 붙이고 조리할 수 있게 세팅하기 위해서는 30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불이 준비되었으면 그 위에 석쇠를 올려 잘 달군 다음, 고기를 올리고 뚜껑을 덮는다. 뚜껑을 덮는 것은 고기가 타지 않고 속까지 익히기 위해서인데, 화덕 아래 부분과 위 부분의 공기구멍은 고기의 양과 화덕의 크기에 따라 조절해야 한다. 화력조절에 자신이 없으면 2/3 정도 고기를 올리는 것을 기준으로 2/3 정도 구멍을 여는 것이 좋다.

고기를 그릴에 올린 다음 10분 정도 지나면 뚜껑을 열고 고기를 뒤집는데, 위 부분까지 고기가 익기 때문에 뒤집은 다음에는 5분 정도만 익히면 된다. 이 요리에서 가장 주의할 것은 고기를 불꽃에 굽는 것이 아니라 열로 익힌다는 것이다. 만일 계속해서 불꽃이 올라올 경우에는 화덕 뚜껑을 반드시 덮고 공기구멍을 조절하여 불꽃이 한꺼번에 올라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고기가 익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고기를 잘라 단면을 보면 되는데 표면과 달리 고기 속은 다 익어도 약간의 붉은 빛을 낼 수 있다. 고기는 너무 많이 익히면 육즙이 빠져나와 맛이 없기 때문에 고기의 두께와 화력에 따라 적당히 익혀야 한다. 자신 없으면 중간 중간 잘라 보거나 젓가락으로 찔러본다. 육안으로 겉면만 확인해서는 안 된다.

고기가 다 구워지면 불에서 내리고 가위로 잘라 먹기만 하면 되는데, 보통은 바비큐 소스를 준비해 같이 먹지만, 이것은 이미 올리브기름과 허브맛소금이 풍미를 더했기 때문에 그냥 먹어도 고기냄새가 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저민 마늘과 풋고추가 있다면 곁들여 먹는 게 좋다.

해는 뉘엿뉘엿 저물고, 후텁지근했던 바람은 어느새 부드러운 솔바람으로 변했다. 고기와 술이 있고 주변에는 친구들이 있다. 시끄럽던 휴양지의 밤은 우리 차지가 되고, 이제 오전에 읽었던 로맨스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도 문제가 없다. 이번 여름에는 푸지게 먹는 소주파티의 조연으로 고기요리를 하지 말고, 화덕을 한가운데로 가지고 와서 낭만적인 한여름 밤 와인파티의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보자.  

한여름 밤 산에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성찬

올리브 삼겹살구이가 한여름 밤 캠프장의 마돈나라면 부대찌개는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에 나오는 산초 같은 역할을 한다. 제아무리 덥고 힘든 여름산행이라도 맛있는 부대찌개만 있다면 피로도 풀리고 지친 속도 풀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산초가 죽을힘을 다해 주인 돈키호테 곁에 있었듯이, 덥고 힘든 산행일수록 이것은 힘이 되어 줄 것이다. 맛있는 술안주도 되고 훌륭한 밥반찬도 되기 때문이다.

말이야 쉽지만 산에서 제대로 된 부대찌개를 만드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20여 년간 산에 다니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산요리 대가(大家) 원종민씨도 제대로 된 이것을 만들기 위해 무수히 노력했단다. 그의 말을 빌면, 이 요리의 핵심은 바로 육수다. 대부분의 재료(햄, 소시지, 베이컨, 김치 등)가 아무리 최상품이라 해도 이것이 없으면 제대로 맛을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한 끝에 알아낸 것이 바로 즉석 육개장을 이용해 육수를 내는 방법이다. 비록 화학조미료가 들어 있겠지만 햄이나 베이컨 등에도 들어 있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거슬리지도 않는다. 이 간단한 방법으로 깊은 산중에서도 시내 유명 음식점의 맛을 재현해낼 수 있다.

재료가 준비되었으면 코펠에 물을 끓인다. 물은 라면 끓일 때보다 약간 많이 잡는다. 물이 끓으면 즉석 육개장을 넣는데, 양은 사람 수보다 한 개 덜 넣는 것이 좋다. 사람이 5명이면 4인분에 해당하는 즉석 육개장을 넣는다. 국물이 우러나면 햄, 소시지, 베이컨을 썰어 넣는다. 제대로 된 맛을 내려면 수입 제품이 좋고, 두껍게 썰기보다 얇게 썬 게 좋다.

다음, 다진 김치를 넣는데 약간 신 것이 좋다. 김치 국물이 있다면 약간 넣는 것도 좋다. 김치가 어느 정도 익으면 치즈를 넣고 이것이 녹을 때쯤 해서 쑥갓을 3등분해서 넣는다. 쑥갓을 넣은 다음에는 더 이상 불을 올리지 말고 쑥갓이 약간 익기 시작했을 때 불을 끄는 것이 좋다. 

간간한 햄과 소시지, 그리고 얼큰한 국물은 한여름 밤 산에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성찬이 될 것이다. 소주 한 잔에 뜨거운 부대찌개를 호호 불어가며 먹는다면 이열치열(以熱治熱)이 될 것이고, 산행의 피로도 말끔히 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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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 보세요
올리브 삼겹살 구이

재료(2,439kcal·3인분)
삼겹살 600g, 올리브기름 6큰술, 허브맛소금 3큰술, 저민 마늘 약간, 저민 고추 약간, 숯, 바비큐세트

만들기
1   1.5cm 정도로 두껍게 썬 삼겹살을 넓게 편 다음 올리브기름을 살짝 바른다.
2   허브맛 소금을 약간 뿌린 뒤 여러 개를 겹쳐 30분 정도 놓아둔다.  
3   잘 달군 바비큐 그릴에 고기를 올리고 뚜껑을 덮는다.
4   중간 불에서 10분 정도 익힌 후 뒤집는다.

부대찌개

재료(2,145kcal·3인분)
즉석 육개장 2인분, 햄 150g, 소시지 150g, 베이컨 150g, 치즈 1조각, 다진 김치 2큰술, 쑥갓 약간, 무 한 조각, 소금 약간

만들기
1   끓는 물에 무와 즉석 육개장을 넣고 끓여 국물을 낸다.
2   햄, 소시지, 베이컨을 썰어 넣는다.
3   다진 김치를 준비해 넣는다.
4   김치가 익으면 치즈를 넣는다.
5   치즈가 녹으면 잘 다듬은 쑥갓을 3등분하여 넣고 잠시 후 불에서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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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덕(바비큐그릴) 고르기 & 관리법

1 반드시 뚜껑이 있는 것을 고른다.
2 인원수보다 30% 정도 큰 것을 고른다.
3 화덕만 사지 말고 집게, 꼬챙이, 쇠솔(iron brush), 장갑, 가위 등 부수적인 액세서리를 함께 사면 좋다.
4 반드시 면장갑을 끼고 다룬다.
5 조립과 해체시 억지로 하지 말고 설명서에 충실한다.
6 숯을 피울 때는 화덕에서 바로 하지 말고 별도의 점화통(토치·10,000~15,000원)을 사용하는 게 편리하다.
7 조리는 불꽃에 하지 말고 불꽃이 죽은 다음 열로 해야 그을음이 생기지 않는다.
8 조리 후 석쇠와 본체의 뒤처리는 물로 하지 말고 쇠솔로 한다.
9 조리시 아이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다. 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화덕에 손을 넣는 일이 종종 있다.
10 조리 후 남은 재는 완전 연소 후에 전용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다. 땅에 묻지 않는다).
11 보관할 때는 물기를 잘 닦아 종이상자에 넣어 보관한다.

글·요리 한형석 한국산서회 회원 hshan@kolon.com
영양가 자문 김소영 영양사 ksy0946@hotmail.com
사진 정복남 기자 ss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