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바둑왕전 최종결승
모처럼 만의 이-유 정상 격돌이 펼쳐진다. 이창호(30)와 유창혁(39)이 최고(最古) 속기(速棋) 타이틀전인 제24기 바둑왕을 놓고 패권을 다투게 된 것. 유창혁은 승자 결승서 이창호에 패한 뒤 박영훈과의 패자 결승(31일)서 승리, 승자조 1위인 이창호의 최종 결승 3번기 파트너로 낙점됐다.
이창호는 이로써 올가을 ‘타이틀 사냥 일정’이 모두 잡혔다. 최철한과 맞설 GS칼텍스배5번기는 8일, 박영훈과의 결승으로 압축된 물가정보배 3번기는 23일 각각 시작된다. 바둑왕전 3번기는 10월 초순 스타트할 예정. 국내 4관왕(전자랜드배·GS칼텍스배·왕위·바둑왕)인 이창호에게 이번 가을은 ‘수확의 한 철’일까, 아니면 ‘상실의 계절’이 될까. 유창혁의 입장은 좀 더 절박하다. 2003년 패왕전 우승 이후 3년 째 ‘무관(無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이듬해 국제대회 출전권이 타이틀 보유자에게 우선 배분된다는 점에서 이번 결승의 의미는 남다르다. 지난 여름 이후 최근까지 7연패란 최악의 부진에 빠졌던 유창혁이 패자 결승에서 사력을 다한 느낌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속기(速棋) 부문서도 부동의 승률 1위를 지켜온 이창호는 특히 바둑왕전과 인연이 깊다. 89년 생애 최초로 우승을 맛보았던 무대가 바로 바둑왕전. 통산 7회나 정상에 올랐으며 지난해도 우승, 현재 ‘디펜딩 챔프’의 신분이다. 유창혁은 96년 14기 바둑왕전서 이창호를 제물로 딱 한 차례 우승했다. 둘은 2003년 패왕전에서 마지막으로 번기(番棋) 결승을 펼쳐 유창혁이 3대0으로 완승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