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소년과 거인

〈제1보〉(1~13)=나이가 좀 된 바둑 팬들에게 이창호는 아직도 소년의 이미지로 남아있다. 아직 10대 시절이던 10여 년 전 파죽지세로 바둑계를 정복해 나갈 때, 그 무표정한 소년 앞에서 비명조차 못 지르고 스러져간 상대는 예외 없이 중·장년급 ‘아저씨’들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창호도 어느덧 이립(而立)의 대열에 들어섰다. 그리고 거꾸로 후배들과 마주앉는 날이 훨씬 더 많아졌다. 오늘 만난 상대는 중국의 만 15세 소년 천야오예(陳耀燁). 이창호는 약간은 어색하고 부담스런 표정이다. 그 옛날 나와 마주했던 ‘아저씨’들도 그랬을까. ‘거인이 된 소년’과, ‘거인이 될지도 모를 소년’의 첫 대면은 그렇게 시작됐다.

중국의 한 바둑 전문지는 1, 3에 대해 소년이 좋아하는 포진이라고 전하고 있다. 백도 한 귀를 비워둔 채 4로 걸쳐 투구 끈을 단단히 동여맨다. 5로 협공 당한 형태에서 6으로 씌워가는 것은 흔치 않은 구상. 씌운 뒤엔 11까지 거의 외길로 전혀 새로운 모습이 출현했다. 12에서 장고한 7분은 참고도 백 1과 빈 귀 차지를 놓고 고민한 시간. 13이 예리한 공수(攻守)의 요처로,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