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플라이트> 75분의 두뇌싸움… 유령도 없는데 '오싹'

7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압축한 볼만한 스릴러. ‘나이트 플라이트’는 이렇게 요약된다.
이 영화의 감독은 ‘스크림’과 ‘나이트메어’로 대표되는 웨스 크레이븐. 그의 이름에서 제대로 된 호러를 연상했다면, 당신의 상상은 절반만 정답이다. 달콤한 멜로로 드리블을 시작한 뒤 숨막히는 스릴러로 미드필드를 장악하고, 마지막엔 오싹하는 호러의 관습으로 골 네트를 가르기까지. 올해 예순여섯의 이 노련한 감독은 1시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세가지 장르를 자유자재로 변주하면서, 짧지만 강한 오락적 쾌감을 안겨준다.
호텔 VIP고객 담당인 리사(레이첼 맥애덤스)는 기상악화로 연착되는 마이애미행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매력적인 남자 잭슨(킬리언 머피)을 알게 된다. 초콜릿처럼 달콤하던 잭슨은 비행기 옆자리에 앉게 되면서 자신의 본색을 드러낸다. 알고 보니 리사의 호텔에 투숙예정인 국토 방위부 차관을 노린 살인청부업자였던 것. 그녀의 아버지 목숨을 담보로 잡아놓고 옭아매는 협박이다.
밀폐된 기내 안에서 리사와 잭슨은 숨막히는 두뇌싸움을 벌이고, 웨스 크레이븐은 관객의 호흡을 쥐락펴락하며 속도감 넘치는 연출을 구사한다. 마이애미에 도착한 뒤에 벌어지는 추격전과 아버지의 집 안에서 벌어지는 대결은 전형적이지만, 크레이븐 브랜드의 호러를 기대한 관객용 보너스로 생각하면 좋을 듯. 커튼 뒤에서, 샤워 장 뒤에서 깜짝깜짝 놀래키며 괴성을 지르게 만들어준다. 피칠갑도 없고 유령 하나 등장하지 않지만, 목덜미에는 좁쌀만한 소름이 단속적으로 돋아난다.
‘노트북’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서 인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줬던 레이첼 맥애덤스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28일 후’로 기억되는 킬리언 머피의 연기호흡도 수준급. 특히 킬리언 머피의 푸른색 눈동자는 호러와 스릴러에 잘 어울린다. 원제는 Red Eye. 야간 비행 등으로 충혈된 눈을 뜻하는 표현이다. 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