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기호지세

〈제4보〉(44~58)=이창호가 41연승의 대기록을 세우던 1990년 그의 나이는 지금의 천야오예(15)와 같았다. 88년 연간 승률 88.2%를, 93년 한 해엔 물경 90승(19패)을 챙겼고 94년엔 13관왕까지 올랐다. 그가 어쩌다 한 번 패하는 날엔 장안의 뉴스가 됐다.

이창호 ‘신화’는 바둑 붐으로 이어졌고 영재들이 속출했다. 이세돌 최철한 박영훈이 부쩍부쩍 크는 사이 이창호는 중년이 됐다. 체력과 총기(聰氣)가 서서히 하강하면서 절대 아성도 잠식당하기 시작했다. 현재 점유 타이틀 수는 4개. 하지만 그것으로도 1인자로서의 위상은 여전히 건재하다. 세월은 그에게 여유와 지혜로 보상한 것일까.

백의 선택은 44의 붙임. 45는 상용의 행마법이다. 참고 1도 1로 곧장 젖혔다간 4 이후 A와 B를 맞봐 흑이 걸려든다. 백도 45 때 참고 2도 백 1로 덥석 잡으면 5까지 굴복당한 뒤 6을 내 줘 만신창이가 된다. 백은 46, 48의 강공책을 들고 나왔다. 57까지 필연의 샅바싸움. 쌍방 모두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