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나이웨이·조혜연·박지은 여류 삼국지

여류 바둑계 최강자는 과연 누구인가. 불과 3년 전만 해도 이것은 질문 거리가 못 됐다. 루이나이웨이(芮乃偉·42)가 국내외 여성 타이틀을 거의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혜연(20)과 박지은(22)의 급부상 이후 아직 완벽한 ‘여제(女帝)’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들 셋을 추격하는 뚜렷한 새 얼굴도 안 보인다. ‘불안한 3강 체제’가 앞으로 어떻게 정리될지 자못 흥미롭다.
현재 타이틀 판도는 루이 九단이 여류 명인을, 조혜연 六단이 여류 국수를 보유 중이다. 조혜연은 2003년 9기 여류국수전서 최초로 루이의 벽을 허문 뒤 5기 여류 명인까지 탈취, 한때 전관왕에 올랐으나 여류 명인은 1년 만에 되돌려 준 상태. 박지은도 2004년 제2회 정관장배 세계여자최강전 챔피언에 오른 이후 꾸준히 자기 위치를 지켜오고 있다.
세 기사가 국내 바둑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비교하다 보면 난형난제란 표현이 실감난다. 루이는 올해 19승 13패(다승 36·승률 35위), 박지은은 29승 20패(다승 18·승률 38위), 조혜연은 26승 18패(다승 21·승률 39위)를 각각 마크하고 있다. 루이는 올 상반기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으나 7월 중순 이후 11승 1패의 맹위 속에 삼성화재배, 원익배 본선 티켓을 따냈다. 국내 랭킹도 42위에서 무려 16계단이 뛴 26위로 상승했다.

박지은은 초여름 무렵 8연승의 호조를 보이다가 최근 주춤하고 있다. 7월 하순 이후 5연패 포함 1승 6패. 하지만 신예10걸전에서 3연승으로 조 1위를 굳혀 가고 있으며 신예연승최강전서는 4강까지 진출했다. 바둑리그(2승 3패)서도 제 몫을 해내는 중이다. 단체전으로 바뀐 정관장배에선 1장뿐인 시드를 받아 주장을 맡을 것이 유력시된다.
조혜연은 ‘마스터스 전신’ 여성부 결승에 오르고도 종교 문제로 인한 갈등 속에 슬럼프를 겪었지만 7월 중순 이후 5연승 포함 7승 1패로 뚜렷이 회복 중이다. 여류 국수전서 3연패(連覇)를 향해 순항하면서 ‘마스터스 3국지’ 본선 진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엔 고려대 영문학과 특차에 합격, 경사가 겹쳤다.
셋 간의 각축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오리무중이다. 과거의 상대 전적을 통해 짐작만 해 볼 뿐이다. 루이는 박지은에게 통산 11승 4패로 앞서 있으며 2003년 이후엔 3승 2패의 근소차 우위를 지켜왔다. 루이 대 조혜연은 루이가 15승 10패로 우세. 하지만 조혜연은 2003년 가을 이후 마지막 8국에선 6승 2패로 오히려 루이를 압도 중이다. 조혜연 대 박지은은 2000년 이전 박지은이 2연승, 2000년 이후엔 거꾸로 조혜연이 5연승했다.
막바지에 접어든 제7기 여류명인전도 당초 예상대로 이들 3명의 격돌로 압축됐다. 박지은이 승자조 1위를 차지, 패자조를 거쳐 올라온 조혜연과 도전자 결정전을 치르고 그 승자가 루이와 도전 3번기(10월 예정)에서 만나게 된 것. 이번 여류명인전 결과에 따라 여성바둑의 판도는 어떤 식으로든 재편될 전망이다. 중요한 것은 ‘과거’ 아닌 ‘현재’라고 할 때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여류 3국지’를 통일할 최후의 ‘여전사’는 셋 중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