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5.09.13 18:34 | 수정 : 2005.09.14 12:36

91년 19세에 ‘누드’ 찍어 뭇 남성들 심금 울렸던 日배우 ‘미야자와 리에’
1인2역 배우로 한국팬에 컴백
10년간 두문불출, 그후…
“리에 연기 좋았어라고 할때 기분좋아”… ‘토니 타키타니’ 22일 개봉

동경의 기온이 섭씨 34도까지 이상 급등한 13일, 그녀는 검은색 목도리를 두르고 앉아 있었다. 차갑게 냉방된 실내 스튜디오에서 그녀는 차라리 정물(靜物)같다. 미야자와 리에. 한국 남성들에게는 아직 누드 사진집 ‘산타페’(1991)의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서른 둘 그녀는 지금 일본에서 가장 인정 받는 ‘배우’다. 삶과 관련된 질문에는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연기와 관련된 물음에서는 눈망울을 반짝인다. 그녀는 “서른이 넘으니까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직업을 가졌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게 됐다”고 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당신을 배우라기 보다는 ‘산타페’의 누드로 기억한다”라고 운을 뗐더니 “오늘은 영화 이야기만 하자”며 그녀가 삐죽 입술을 내민다. 사실 그녀에게는 잊고 싶은 기억일 것이다. 열아홉 살의 누드집, 다음해 스모계 황태자이던 다카노 하나와의 약혼과 파혼 등으로 연예계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이 ‘악동’은 10년간 두문불출했고, 2001년 홍콩 감독 양범과 찍은 ‘유원경몽’(2001)으로 ‘개과천선’을 알렸다.
영화 '토니 타키타니'로 한국팬들과 만나는 미야자와 리에.
중국의 고급기생을 연기한 그녀는 이 영화로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고, 사람들은 “배역을 위해 중국 희곡을 통째로 암기한 노력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라며 끄덕거렸다. 이어진 ‘황혼의 사무라이’(2002), ‘아버지와 살 수 있다면’(2004)은 일본 아카데미를 비롯한 일본 주요 영화제 주연 여우상을 모두 그녀 것으로 만들었다.
“수상 후 들은 칭찬 중에 제일 기분 좋았던 말이 뭐냐”는 질문에 그녀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상이란 나에게 주어지는 게 아니라 감독과 스탭 모두가 함께 받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모범답안’을 내놓은 뒤, “그보다는 관객들이 ‘리에씨 연기 좋았어요’라고 할 때가 더 기분 좋다”며 굳은 표정을 풀었다.
이번에 개봉하는 ‘토니 타키타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고독과 상실을 뼈대로 하고 있는 작품이지만, 731벌의 옷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쇼핑 중독 여인’과 그 옷을 나중에 입게 된 여인의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다. “실제로 쇼핑 때문에 꾸지람을 받은 적은 없느냐”고 장난스레 묻자, “충동 구매는 하지 않는다”며 다시 입술을 내민다.
그녀는 15년 전 옷을 벗었을 때 보다 더 말라 보였다. 쇄골의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녀에게 “음식을 먹긴 먹는거냐”고 묻자 “술도 잘 먹는다”고 받는다. 그리고는 “이래봬도 한 달간 연극 공연을 계속했을 만큼 튼튼하다”며 “보통 사람 에너지의 5배는 될 것”이라고 어깨를 으쓱했다.
비결을 물었다. 그녀는 “좋아하는 일에 전념하다 보면 에너지는 절로 솟아난다”고 했다. 아이돌(Idol) 아닌 배우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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