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되거나 톱스타들이 출연하는 국내외 화제작들은 영화 개봉 일까지 애태우며 기다릴 필요가 없다.
개봉일 기준으로 1~2주일 전쯤 CGV나 메가박스 등 유수의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에 전화해보면 몇몇 지점에서 이미 영화가 상영 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투자-배급사와 영화사가 협의해 진행하는 유료 시사회. 소수의 영화 팬들에게 먼저 작품을 선보여 관객들의 생생한 반응을 들어보거나, 이들에 의한 입소문을 노리는 등 다양한 이유로 실시된다.
영화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에는 유료시사회가 무려 10만명 규모로 이뤄지는 등 나날이 확산일로에 있다.
문제는 유료시사회가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를 편법적으로 늘리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가 높게 나와야 다른 관객들이 이를 접하고 영화에 대한 반응이 좋다고 판단해 추가 관람에 나서게 되고, 경쟁 작들과의 대결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효과를 위해 슬그머니 '숫자 장난'을 치는 것이다.
올 추석 시즌의 기대 작으로 지목되는 한 영화는 일주일 전부터 슬금슬금 유료시사회 규모를 늘렸다가, 지난 주 박스오피스 스코어 10위권에 오르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또 지난 여름 화제작을 내걸었던 두 배급사는 유료 시사회 관객 수를 개봉 첫 주 스코어에 포함시켰는지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들은 당연히 관객들을 배려하는 행위와는 거리가 멀고, 한국영화 발전에 도움이 될 리도 만무하다. 공정한 룰이 없는 상태의 무한 경쟁은 서로에게 상처만을 입힐 뿐이다. 차라리 열심히 잔머리를 굴리는 시간과 정성을 탄탄한 시나리오 기획과 밀도 있는 영상 개발 등으로 돌린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스포츠조선 신남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