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난투극

〈제9보〉(114~131)=고수(高手)와 하수(下手)의 차이는 대마 공격 때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하수들은 무조건 일직선으로 잡으러 가고, 고수는 잡지 않고도 우세가 보이면 퇴로를 열어주고 마무리한다. 쫓기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고수들은 사는 수순이 있어도 집으로 부족할 경우 옥쇄를 택해 출혈을 무릅쓰고 목숨만 건지려는 하수들과 차별된다.
116으로 대마를 살리려고만 한다면 참고도 1, 3, 5가 있다(흑 4로 5면 백 A, 흑 4, 백 B, 흑 C, 백 D까지 탈출). 하지만 이렇게 하변에서 선수로 손실을 보고 판을 정리하면 백이 반면(盤面) 10집은 부족하다. 쫓기던 맹수가 돌아서면서 이빨을 드러내자(116), 추격자도 “이제는 살려줄 수 없다”며 살기(殺氣) 넘친 강공을 퍼붓는(117) 격.
이제 백은 자체에서 완생이 불가능해졌다. 중앙 쪽의 출구도 막혔다. 130까지의 결말은 패(覇). 자체 팻감이 많은 듯 하지만 어쨌든 백은 위기에 봉착했다. 흑도 거저 살려주어선 안 될 입장. 숙제였던 중앙에서 기어이 난투극이 시작됐다. (125 131…?,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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