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이야기] 여섯가지 시선 속 따뜻한 세상

우선 선입관 하나를 주머니 속에 넣어 둘 것. 한국 애니메이션이라면 외면부터 하고 보는 관객들에게, 애니메이션 ‘별별 이야기’는 새로운 경험이다. 6편의 단편을 묶은 이 옴니버스 애니메이션은 각자의 발랄함과 독특한 개성으로 흥미로운 관람체험을 선사한다. 어쩌면 자본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하는 단편 특유의 장르적 특성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차별’을 공통 키워드로 하고 있는 6편의 작품 중 가장 도드라지는 것은 출판만화가 출신 이애림 감독의 ‘육다골대녀’(肉多骨大女). “살은 많고 뼈는 굵은 여자”라는 제목의 의미도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지만, 감독 자신을 모델로 삼았다는 주인공 캐릭터의 외모는 물론 여자들의 화병(火病)을 비주얼로 구현하는 방법까지 두루 신선함을 갖췄다.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풍자와 조롱을 강요하지 않고 전달하는 힘이 매력적이다. ‘사람이 되어라’는 박재동 감독 특유의 캐릭터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애니메이션. 대학교 가기 전에는 사람 취급도 못받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작품이다. ‘마리 이야기’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이성강 감독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다룬 ‘자전거 여행’을 내놓았다. 또 부드러운 선과 수채 풍의 배경이 인상적인 유진희 감독의 ‘낮잠’은 손발이 없는 소녀와 그 아버지의 일상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중적 시선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또 한국영화아카데미 3기 출신인 김준 등 5명의 애니메이터가 집단 창작한 ‘그 여자네 집’은 남편과 아내간의 차별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권오성이 연출한 ‘동물 농장’은 클레이 애니메이션 특유의 뭉툭한 질감으로 ‘왕따’와 ‘패거리의식’을 풍자한다.
박찬욱 등 6명이 참여했던 실사 영화 ‘여섯 개의 시선’(2003)에 이은, 국가인권위원회의 두 번째 인권영화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