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개봉 '너는 내 운명' 전도연, 티켓걸 은하 변신

역시 전도연이다. 23일 개봉된 영화 '너는 내 운명'(감독 박진표, 제작 영화사봄)을 보다 보면 절로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접속', '약속' 등을 통해 무수히 많은 관객들을 사로잡아 온 멜로퀸답다. 대사 한줄 한줄 입에 착착 붙는다. 애절한 눈빛은 가슴을 친다. 극중 '티켓걸' 은하로 나와 시골총각 석중(황정민)과 애절한 사랑을 엮어간다. 이쯤되면, "또 사랑타령이야?"라면서 고개를 흔들 수도 있겠지만, "오, 노"다. 올 가을 이 영화를 만나지 않는다면 엄청나게 후회를 할 듯. 순수한 사랑에 대한 정공법적은 접근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여기에 전도연식 멜로 연기가 한몫을 해낸 것은 당연한 일. 연기 내공 100단다운 정확한 호흡조절이 신파의 경계를 넘나들며 무게중심을 잡는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듯한 사랑 이야기를 박진표 감독이 어떻게 완성시켜낼지 기대가 되더라구요." 현장에서 항상 음악을 틀어놓는 박진표 감독의 스타일 덕분인지, 촬영장은 화기애애 그 자체. 호흡이 척척 맞다 보니 즉흥적인 상황 변화에도 일사천리로 적응했다. 관객들을 제대로 울리면서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교도소 면회신 또한 촬영 당일 바꾼 것이다. "16시간동안 찍었어요. 원래는 유리창을 사이로 서로 손을 맞대는 설정이었는데, 좀 더 격한 표현이 좋다 싶어 정민 오빠가 스피커를 뜯어내는 것으로 바꿨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흥행퀸으로 위력을 과시하게 된 셈인데, 한때 왕관을 놓고 경쟁했던 또래 연기자들이 은퇴를 선언하거나 잊혀진 것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다. 롱런의 비결은 단순하면서도 어렵다.

일단 시나리오를 고를 때 흥행에 대해선 거의 생각을 하지 않는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생각 뿐. 좋은 시나리오라면 "OK"다 또 자기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끊임없이 괴롭히고 생각하고 의심한다. 힘든 촬영이 끝나도 여행보다는 헬스클럽에서 구슬땀 흘리는 것을 선호한다. 3~4시간 뛰고 나면 온몸이 개운해진다. 북한산 등산도 스트레스 해소에 딱 좋다. 심지어 집안 일도 열심히 하는 스타일. 명절 때 꼬박 5~6시간씩 앉아서 전을 부치는 일은 기본이다. 이런 성격 때문인지, SBS TV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의 체코 로케이션에서 돌아오자마자 쉬지도 못하고 드라마 촬영에 영화 홍보까지 하는 강행군에도 끄떡 없다. 링거를 맞아가며 버티고 있지만, 인터뷰 하나 하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약속' 때 방에 개미가 넘쳐나는 꿈을 꿨던 전도연은 이번에도 대박 꿈을 두차례나 꿨다. 개미, 거미, 나방 등 온갖 종류의 벌레들이 방에 넘쳐나는 꿈과 진드기가 몸에 잔뜩 달라붙는 꿈을 꿨다니 영화의 대박은 떼논 당상인 듯하다. (스포츠조선 전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