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사랑니' 뒷얘기 (2)

"정은이 너 프랑스 어디 가봤니?" "응, 파리." '사랑니'에서 김정은(30세 인영 역)과 김준성(30세 이석 역)이 나누는 대화. 김정은이 주연 을 맡았던 지난해 최대의 화제작 '파리의 연인'을 염두에 둔 유머다. 이런 유머는 다른 영화에서도 간혹 찾아볼 수 있었다.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에서 예지원은 떠나는 김상경을 배웅하러 가서 "작년에 상해에 갔을 때 사온 것"이라며 향수를 선물한다. 물론 극중 캐릭터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예지원'은 상해에 갔다 왔다. 바로 영화 '아나키스트'를 찍으러 말이다. 아무튼 '사랑니'의 이 장면에 나오는 대사들은 시나리오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정지우 감 독이 철저하게 배우들에게 애드리브를 요구했던 부분. 한옥집 마당에 간단한 음식과 와인 을 차려 놓고 김정은 김준성 김영재(30세 정우 역) 이태성(17세 이석 역) 등 네 연기자가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게 하고, 대화의 내용도 배우들이 각자 알아서 짜 내도록 했다. 화면상으로는 10분 내외의 장면. 하지만 이 장면을 찍는데에는 1주일이 걸렸다. 그것도 화 면에 보이는대로 밤에만 촬영한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낮 시 간에도 한옥집 전체를 차폐막으로 덮고 인공적으로 밤을 만들어 촬영했다. '서로 친해져 서 진짜 친구들끼리 잡담하는 것 처럼 찍어야 한다'는 것이 감독의 주문. 그러다 보니 저 '파리 유머'같은 애드리브도 나올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극중 약간 부담스러울 정도로 버터냄새나는 영어 발음을 선보인 김준성은 실제 미국 유학 생 출신이라 어려서 미국으로 떠난 것으로 설정된 이석 역에 캐스팅됐다는 후문. 홍콩에 서 성장한 김준성은 미국 웨이크포리스트대 재학 시절, 동창생인 NBA의 슈퍼스타 팀 던 컨과 함께 교정에서 농구공을 튕겼던 전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스포츠조선 송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