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봉 흥분… 아내가 같이가자 졸라"

‘뉴욕의 터줏대감’ 우디 앨런(Woody Allen·70)은 지금 런던에서 촬영 중이다. “할리우드는 돈밖에 모르며, 요즘 젊은 관객은 교양이 없다”고 하염없이 투덜대지만, 그는 여전히 ‘늘 푸른 시네마키드’다. 감독·각본·주연을 맡은 코미디 ‘할리우드 엔딩’(Hollywood Ending·30일 개봉)을 계기로 나이 일흔의 영화소년과 e메일 인터뷰했다. 답변은 짧지만 명쾌하고, 유머와 위트가 솟구쳤다.
―몇 년간 뜸하다가 ‘애니씽 엘스(Anyt hing Else)’에 이어 올해에만 두 번째 한국 개봉이다.
“흥분된다. 아다시피 내 아내(순이)는 서울 출신이다. 같이 한국 가자고 조르더라.”
―‘할리우드 엔딩’은 왕년의 명감독 발(우디 앨런)이 할리우드에서 재기하려고 몸부림치며 찍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그린다. 마치 당신 같다. 할리우드와 뉴욕, 그리고 지금 영화를 찍는 런던을 비교한다면.
“뉴욕은 할리우드보다 자유롭고, 유럽은 뉴욕보다 자유롭다.”
―조금 우스운 질문 하나. ‘할리우드 엔딩’에서 영화 속 당신은 눈이 멀지만, 이를 속이고 연출을 강행한다. 현실에서 만약 스트레스 때문에 눈이 먼다면, 그래도 당신이라면 영화를 강행하겠나?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린다면?
“바보 같은 질문. 비록 프랑스라도, 눈이 먼 채 감독을 할 수는 없다. 영화 찍으면서 제일 힘든 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 그 다음은 매일 면도하는 것.”
―당신 영화는 풍자와 조롱이 매혹적이다. 하지만 미국에서건, 한국에서건, 당신 영화의 관객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누구 책임인가.
“누구 책임인지 모르겠다. 나는 관객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내 잘못인지도 모르지. 어쩌면 관객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게 내가 이미 눈멀었다는 증거일까?”

―올해 일흔이다. 매년 한 편씩 영화를 만드는 에너지는 어디서 오나.
“난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다. 영화에 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그건 내 본성이다.”
―영화를 만드는 데 순이는 어떤 도움을 주는 존재인가. 한국 영화와의 기억할 만한 다른 인연은?
“아내는 내 영감의 원천이다. 하지만 솔직히 한국 영화는 잘 모른다. 이쪽에서 상영하는 한국 영화도 많지 않고.”
―당신의 영화가 매너리즘에 빠져있다는 평론가들의 비판을 들으면 뭐라고 반박하시는지.
“나는 솔직히 그 사람들의 말이 이해가 안 간다. 하지만 그들이 옳을 거다. 다 똑똑하고 전문가들이니까.”
―갈수록 작가주의 영화가 설 땅은 좁아지고 있다. 당신은 그래도 행복했던 편 아닌가. 후배에게 조언을 한다면.
“자본과 메이저 스튜디오의 압력에 저항하라. 영화는 산업이 아니라 예술이다.”
―마지막 질문. 지난 일주일 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가장 속상했던 순간을 하나씩만 꼽는다면.
“행복했을 때는 아내랑 침대에 있었을 때. 최고의 불행은 대장 내시경 검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