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박영훈, 이창호와 결승격돌

박영훈(20)의 목표가 정상(頂上) 정복이라면 이창호(30)야말로 반드시 넘어야만 할 험산이다. 특히 번기(番棋)에서 이창호를 꺾지 못해선 1인자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경쟁자인 이세돌과 최철한이 이미 한 차례 이상 그 관문을 통과한 반면 박영훈은 단 한 번의 기회(작년 GS칼텍스배)를 0대3으로 날려버렸다. 이창호와의 통산 상대 전적도 마찬가지. 이세돌이 15승 20패, 최철한은 11승 12패로 버티고 있는 데 비해 박영훈은 아직 2승 7패의 열세다.
벼르고 벼르던 기회가 다시 박영훈에게 찾아왔다. 4일 시작될 제1회 물가정보배 결승 3번기다. 제한시간 10분짜리 초속기 타이틀전. 박영훈은 지난 8월 역시 속기 무대인 바둑리그서 완승했다. 그것이 둘 간의 가장 마지막 대결이기도 했다. 이번 3번기를 돌파할 경우 박영훈은 기성 포함 국내 성인 무대 2관왕에 등극, 최철한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우승 상금도 2000만원이나 걸려 있다.
하지만 이창호의 주먹은 물론 휴일(?)이 아니다. 바둑왕전 결승서 유창혁을, GS칼텍스배 결승에선 최철한을 각각 막판으로 몰아넣으며 국내 5관왕을 넘보고 있는 이창호다. 둘 모두 ‘끝내기와 계산의 귀재’로 불리는 스타일. ‘원조(元祖)’와 ‘첨단’의 성능 경쟁에서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