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가왕전]갈팡질팡

〈제6보〉(59~75)=어떤 승부건 심리 상태는 작전 운영과 승패 결정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다만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이 육체와 머리가 함께 반응하는데 반해, 바둑은 꼼짝 않고 오로지 두뇌 회전만으로 승패를 가린다. 그래서 역전이 됐거나 의표를 찔렸을 때 바둑만큼 심한 내부 갈등을 겪는 종목도 없어 보인다.
초반 포석 성공으로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흑에게 비상이 걸렸다. 59는 맥점인 동시에 사태 반전을 위한 의지의 한 수. 그러나 좀 더 냉정해야 했다. 참고도 1로 뛰어 6까지의 진행으로 나쁘지 않았던 것. 이 그림은 훗날 A 이하 부호 순으로 D까지의 선수가 보장돼 있어 중앙 백은 생각보다 허술한 모습이다.
59는 백 65, 흑 ‘가’를 기대한 수지만 60을 선수한 뒤 62의 빈삼각이 백의 최선이었다. 흑은 65로 끊을 요량이었는데 막상 67의 맞끊긴 뒤가 자신이 없다. 뒤늦게 63으로 뛴 뒤 또 마음이 바뀌어 65로 절단했다. 갈팡질팡하는 사이 68의 호착을 맞아 74까지, 오히려 좌변이 백의 진지로 변했다. 흑이 흔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