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산행코스] 영남의 산 - 양각산

▲ 양각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오르내림이 반복되고 짧은 암릉을 몇 차례 지난다.

백두대간이 뻗어가면서 솟구친 경북 김천시 대덕면의 대덕산 삼도봉에서 남동쪽으로 국사봉이 솟아 있고, 우두령을 넘어 수도산, 단지봉, 두리봉, 가야산을 잇는 큰 산릉은 경북과 경남의 도계(道界)를 구분하는 분수령이다. 이 능선에 자리잡은 수도산(1,316.8m)을 기점으로 남쪽으로 가지를 이룬 능선에 양각산, 흰대미산, 회남령을 지나 보해산, 금귀산 등 거창의 명산들이 솟아 있다.

양각산(兩角山·1,150m)은 경남 거창군 웅양면과 가북면의 경계에 솟아 있으며, 일명 쇠뿔산이다. 소의 양쪽 뿔을 연상케 하는 두 개의 봉우리 형태에서 이름이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며, 쇠머리고개를 뜻하는 우두령(牛頭嶺), 소의 밥그릇인 구유(구시)를 상징하는 구수(口水) 마을, 쇠불알(우랑)을 뜻하는 우량동(牛郞洞) 마을 등의 지명이 모두 소와 관련된 것이다.

▲ 수도암은 청암사의 부속암자로 신라시대 도선국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절이다.

그러나 대동여지도나 거창고읍지 등에는 양각산을 금광산(金光山)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 산 남쪽에는 금광 마을이 있는데 금광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전한다. 또 마을 주변의 산에 금이 많이 묻혀 있었다는 믿을 수 없는 전설보다는, 산 사면의 암벽에 항상 물기가 남아 있어 이것이 햇빛에 반사돼 번쩍번쩍 빛이 난다는 데에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추정이 더 설득력이 있다.

양각산 산행들머리는 웅양면 산포리의 우두령, 금광 마을, 강천 마을이나 가북면 중촌리의 심방 마을과 수재 마을, 아니면 김천시 증산면 평촌리 청암사나 수도리의 수도사가 된다. 그러나 청암사를 제외한 이곳 모두 대중교통편이 좋지 않아 자가용이나 관광버스를 이용한 산행이 주로 이루어지고, 산행 코스는 흰대미산이나 수도산을 연계하거나, 아니면 수도산~양각산~흰대미산을 잇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수도산에서 양각산을 거쳐 흰대미산~회남재~보해산~금귀산까지 종주하는 사람도 간혹 있으나 일부 구간에는 길이 없어 고생을 감내해야 한다. 

▲ 수도산 정상은 사방이 조망되는 곳으로 돌탑이 세워져 있다.

이번에 소개할 코스는 경북 김천시 증산면 수도리 수도 마을~수도암~수도산~1,230m봉~양각산~흰대미산~거창군 웅양면 산포리 강천 마을을 연결하는 종주코스다. 청암사에서 시작해도 되지만 당일산행 때는 산행종료 시간과 돌아갈 교통편을 염두에 둬야 하겠다.

수도산~양각산~흰대미산 지나는 종주 코스

수도 마을은 전형적인 산촌으로 수도암의 사하촌(寺下村)이다. 교통이 불편하고 면소재지와 거리가 멀어 폭우 때나 폭설이 내리면 고립되는 일이 잦다. 지금은 민박집이 많고 고로쇠, 손두부, 토종닭, 동동주 등으로 손님을 맞고 있다.

수도 마을에서 수도암까지는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30여 분 걸어야 한다. 태풍 ‘나비’가 지나간 며칠 뒤라 시원할 줄 알았는데, 바람 한 점 없는 숲길은 습도마저 높아 후텁지근하다.

수도암은 청암사의 부속 암자로 도선국사가 통일신라 헌안왕 3년(859)에 청암사, 쌍계사(현 증산면 소재지)와 함께 창건했다고 전한다. 도선국사는 수도처로 이 터를 발견하고는 기쁨을 감추지 못해 7일 동안 춤을 추었다고 한다. 그러고는 앞으로 무수한 수행인이 나올 것이라 하여 산과 도량을 각각 수도산, 수도암이라 칭했다고 한다.

▲ 수도리에서 수도암까지는 콘크리스 포장도로를 따라 30여 분 걸어야 한다.

수도사는 창건 후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본당인 대적광전을 비롯해 약광전, 나한전, 조사전, 선원, 휴원, 관음전, 그리고 부속 건물이 있다. 문화재로는 보물 제296호 약광전 석불좌상, 보물 제297호 삼층석탑, 보물 제307호 석조비로자나불좌상 등이 있다. 현재에도 결제기간에는 대중들이 30여 명, 그 중 수도승 25명 정도가 항상 정진하고 있으며, 원근 각지에서 많은 신도들이 찾아와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적광전 앞 삼층석탑 너머로 보이던 가야산의 위용이 안개로 가려 볼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린다. 절 오른편 한산교를 빠져나와 왼편의 등산로로 접어든다. 산죽이 낮게 자란 사이로 등산로는 뚜렷하지만 계속 오르막길이라 다소 힘든 구간이다. 5분여 오르면 청암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만나고, 이제부터 숲속 능선을 따라 산길이 계속된다. 다시 청암사, 수도산, 수도사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편 길로 내려서면 불령동천을 따라 청암사까지는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수도산 정상이 가까운 암봉에 올라서면 숲으로 가렸던 조망이 시원하게 뚫리고 암릉길이 시작되는데, 물기에 젖은 바위는 미끄럽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특히 단체 산행일 경우에는 앞뒤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오석표지석 세워진 수도산 정상 조망 일품

▲ 양각산 정상의 오석표지석과 유래를 새긴 비석.

바위봉인 수도산(1,316.8m) 정상에는 케언(돌탑)이 자리 잡고 있으며, 조그마한 표석과 삼각점이 있고, 주변 조망은 일품이다. 수도산은 불령산(佛靈山), 선령산(仙靈山), 신선봉(神仙峯)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맑은 날이면 북에서 남서쪽으로 연결되는 백두대간의 황악산, 민주지산, 대덕산, 삼봉산은 물론 덕유산, 지리산까지 한눈에 들어오고, 단지봉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가야산까지의 능선도 막힘이 없다. 주변의 매화산, 오도산, 의상봉을 비롯해 금원산, 기백산, 월봉산 등 거창, 합천, 함양 일대의 1,000m가 넘는 고산준령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양각산 방향은 서쪽 능선 왼편 비탈길로 내려선다. 사면의 등산로는 심한 경사에 미끄러운 바위지대를 지나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겠다. 30여 분 나아가면 1,230m봉 못 미처 갈림길에서 왼편으로 꺾어들어 트래버스하면 봉우리를 거쳐 내려오는 길과 만나게 된다. 1,230m봉을 올라 서쪽 능선을 그대로 따르면 우두령으로 내려서는 능선이 연결된다.

▲ 수도산과 청암사 갈림길. 여기서 불령동천을 따라 청암사까지는 1시간이면 닿는다

산죽 사이 등산로는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인지 낙엽에 발이 빠지고, 한동안 편안하던 길이 어느새 암릉길로 변하면서 주변 조망이 시원하다. 교통편이 불편한 오지의 산 답게 깨끗하고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오르내림이 반복되고 짧은 암릉을 거쳐야 하는 능선을 1시간쯤 지나면 갈림길이 있는 밋밋한 봉우리에 닿는다. 왼편으로 내려가면 가북면 중촌리 수재 마을로 떨어진다. 안개가 걷히면서 맞은편의 양각산이 모습을 드러내고, 다시 이어지는 암릉을 벗어나서 ‘수도산 2.5km’ 표지판을 지나 급경사 오름길을 넘어서면 양각산 정상이다. 산정에는 2001년 4월24일 거창군 웅양면에서 설치한 오석 표지석과 양각산의 유래를 적은 비석이 자리하고 있다. 주변 조망도 막힘없이 시원하다.

남쪽에 모습을 드러낸 흰대미산을 바라보며 갈 길을 재촉한다. 내려서는 길에 까다로운 슬랩지대를 통과해 다시 한 구비 올라치면 양각산 남봉이다. 여기서 서쪽 능선을 타고 내려가면 금광 마을에 닿는다. 왼편 급경사 지대를 15분 정도 따르면 가북면 중촌리 심방 마을로 가는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곧바로 헬기장이 나타나고 안부에 이른다. 여기부터 흰대미산 정상까지는 된비알을 20여 분 계속 올라야 한다. 등산로는 흙길이지만 정상부는 바위로 이뤄져 있다.

▲ 양각산은 쇠뿔산으로 뾰족한 봉이 정상이며 오른편은 남봉이다.

흰대미산(白石山·1,018m)의 바위벼랑은 흰 색은 아니더라도 회색빛 차돌과 비슷하다. 그래서 흰돌더미산인 흰덤이가 희더미→흰더미→희대미→흰대미로 변화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어쨌든 이곳에서 양각산을 바라보면 쇠뿔처럼 생겼다는 것이 이해가 간다. 정상에는 넘어진 산불감시초소가 뒹굴고 있어 눈살이 찌푸려진다.

▲ 오량동 계곡은 석재공장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됐다.

남쪽으로 하산길을 잡으면 낮은 돌담으로 둘러쳐진 묘 1기가 터를 잡고 있다. 명당이라고 자리 잡았을 묘는 벌초 때가 지났는데도 아직 그대로다. 자손이 발복하지 못한 탓일까. 묘지 우측을 돌아 남쪽 능선을 따르면 울창한 소나무와 잡목숲을 지나면서 통정대부 거창신씨 묘가 있고 다시 경주최씨 묘를 만난다.

숲을 빠져 나오면 우측의 벌목 조림지가 나오고 시야가 트이면서 진행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강천 마을 하산길은 조림지가 끝나는 지점에서 우측 능선으로 꺾어 10여 분간 내려서서 좌측으로 급경사 내리막으로 떨어지면 나온다. 계곡 건너편에는 석재공장을 드나드는 차도가 있는데, 이 계곡은 석재공장의 진입로로 망가져 안타까움만 더한다. 역으로 산행할 때를 생각해 눈여겨봐 둬야할 곳이다.

 비포장도로를 따르면 20여m 전방에 승용차가 주차할 정도의 공간이 오른편에 있고, 5분여를 더 내려가면 오른편에 석재공장이 자리하고 있는데, 우량동 계곡은 석재공장의 폐석으로 만신창이가 된 지 오래다. 10여 분이면 강천 마을 앞 국도변에 서게 된다.

글 사진 황계복 부산시산악연맹 부회장

 산행코스

○수도리~수도암~수도산~양각산~흰대미산~강천 마을 <6시간30분 소요>
○우두령~1,230m봉~양각산~ 흰대미산~강천 마을 <6시간 소요>
○심방 마을~안부 갈림길~양각산~수재 마을~심방 마을 <5시간 소요>
○금광 마을~약수암~안부 갈림길~양각산~1,230m봉~우두령 <5시간30분 소요>

교통

우두령 방면(강천, 금광, 우량동 마을 포함)이나 심방 마을을 산행 들머리로 잡는다면 거창(터미널 전화 055-942-3601)을 경유, 서흥여객(055-944-3720) 군내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청암사나 수도사를 들머리로 잡는다면 김천까지 열차 또는 고속버스를 이용, 김천 터미널(대한교통 전화 054-432-7601)에서 증산까지 시외버스를 이용해야 된다.
서울→거창 남부터미널(02-521-8550 ARS)에서 1일 13회(08:40~17:50) 운행.
부산→거창 서부터미널(051-322-8301~2)에서 50분 간격(07:00~18:40) 운행.
대구→거창 시외버스터미널(053-656-2824~5)에서 1일 67회(06:00~24:00) 운행.
진주→거창 시외버스터미널(055-741-6039)에서 20~30분 간격(06:50~19:47) 운행.
거창→우두령 대동리 서부시장 앞 정류장에서 서흥여객(시내버스)이 1일 3회(07:50, 13:50, 17:50) 운행, 심방 마을은 1일 4회(07:00~15:30) 운행하며 이 버스가 다시 종점에서 되돌아온다. 버스 시간이 여의치 못하면 1일 20회(06:40~19:20) 운행하는 웅양행 버스로 웅양면 소재지에 하차, 개인택시(055-943-5593, 942-3801)를 이용하면 된다.
김천→증산 대한교통(054-432-7601)이 1일 9회(07:35~18:50) 운행. 수도사까지 대중교통편이 없으므로 증산농협 앞 수도산식당(054-437-0009)이나 박종근씨(054-931-2872)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숙박

강천, 우량동, 우두령, 금광, 심방 마을에는 민박이나 식당 등이 전혀 없다. 거창읍내에는 장급 여관과 식당도 있어 숙박 해결은 물론 먹거리 찾기가 용이하다. 거창 시외버스터미널  옆의 123식육식당(055-944-6105)은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식당이다. 청암사와 수도사 입구에는 민박집이 많다. 특히 이곳에서 만들어 파는 손두부는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