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회 LG배 세계기왕전]통렬한 급소

〈제8보〉(85~94)=이번 LG배의 새 규정 중 하나는 홀, 짝을 맞춘 쪽이 흑백 선택권을 갖는 것. 6집 반 덤 아래선 흑이 좋다는 게 정설이며, 실제로 1회전 16판은 모조리 흑을 선택했다. 하지만 2회전에 접어들자 8판 중 3판에서 맞춘 쪽이 백을 택하는 이변(?)이 발생했고 이 바둑도 그 중의 한 판이다. 쑤야오궈와 박문요는 이 대국 이후 각각 八단, 四단으로 승단했으나 여기선 대국 당시 단위로 표기했다.
85로는 이제라도 ‘가’에 붙여가는 수단으로 추격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했다. 참고도 4까지 선수한 뒤 5, 7 갈라침이 최강의 저항. 중앙 백의 담벼락같은 두터움을 배경으로 터진 86의 통렬한 급소 한 방에 좌변 흑 돌들이 휘청거리기 시작한다. 87 붙임은 필사적 버팀이자 승부수. 백은 88로 일단 비킨다.
89로 건너 붙여 90으로 밖에서 받고, 93까지 절단한 형태가 됐다. 예상했던 대로의 외길 수순.

이 때 94로 갈라 간 수(7분)가 침착한 가수(佳手)였다는 칭찬을 받았다. 백도 어수선하지만 갈갈이 찢긴 흑의 수습이 더 난감해 보인다. 흑은 과연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