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주연 이태성, 1인 2역 심리묘사 탁월 '슈퍼루키'

신예 이태성(20)은 여전히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이 실감나지 않는 표정이었다. 첫 영화 출연에서, 그것도 '해피 엔드' 정지우 감독의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으는 '사랑니'(제작 시네마서비스)의 주인공을 당당히 꿰찼고, 톱스타 김정은을 상대로 농도 짙은 러브신까지 촬영했다. 덕분에 충무로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고, '사랑니'의 연기에 대해서도 우수 가득한 분위기의 외모를 앞세워 아픔을 간직한 1인2역의 고난도 심리 묘사를 무난하게 소화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충무로의 '행운남'으로 발돋움하기까지의 과정은 무척이나 드라마틱하다. 야구선수였던 그는 서울고 재학시절까지 청소년대표로 활동하는 등 촉망받는 투수였지만 불의의 어깨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두게 되면서 한동안 좌절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대학은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부모님의 권유로 대덕대 모델학과에 진학하면서 막연하나마 동경심을 갖고 있던 연기자의 길로 접어들었고, 무려 2000대1에 이르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사랑니'의 고교생 이석 역에 발탁됐다. 사실 나중에야 알게 된 얘기지만, 그는 '사랑니' 오디션에서 3번이나 '미역국'을 먹었다. 무슨 작품인지도 모른 채 매니저의 손에 이끌려 쉴 새 없이 면접에 나섰는데, 결국 4차 오디션에서야 합격 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얼굴에 드리워진 정체 모를 그늘이 정 감독의 마음을 움직인 만큼, 그의 굴곡 어린 인생 역정이 보상을 받은 셈이랄까. 이태성은 정 감독의 집요한 과외(?)와 김정은의 리드 덕에 이석 역할을 해낼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어요. 대사 분량이 엄청났고 베드신과 키스신 등 부담스러운 장면들도 많아 한동안 맘 고생을 했죠. 감독님은 그런 저에게 매주 끊임없이 '숙제'를 내주셨고, 저를 악착같이 잡아주셨어요. 덕분에 중반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역할에 젖어들었어요. 정은 누나도 신인인 내가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언제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죠." 연기 경력은 일천하지만, 그의 포부에는 패기가 넘쳐났다. "'사랑니'가 데뷔작이 아닌 첫 작품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단순히 시작했다는 것이 아니라, 나의 기나긴 연기 경력의 서막을 열었다는 의미가 되도록 계속 정진하겠습니다." (스포츠조선 신남수-서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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