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회 LG배 세계기왕전]협곡의 검무

〈제9보〉(95~99)=좁지만 변화가 많은 곳. 한 수만 삐끗하면 천길 낭떠러지가 기다리는 절대적 승부처이기도 하다. 일단 95의 선수 행사는 필수. 그 다음이 어렵다. 우선 ‘가’로 모는 수가 일감(一感)인데, 참고 1도 백 2의 반발로 다음 수가 없다. 8까지 아래쪽이 몽땅 백의 영토에 편입돼선 집으로 못 당한다. 그렇다면 참고 2도 백 2 때 3으로 뚫으면?

근근이 연결은 하지만 흑의 형태가 박약하기 이를 데 없다. 무엇보다 위쪽 백이 이렇게 살아버리면 끊어간 의미가 사라진다.

고심 끝에 97로 버티자 98. 여기서도 흑은 99 한 수밖에 없다. 99로 ‘가’는 참고 3도가 필연이다. 중앙 흑은 살아가지만 이렇게 좌변을 통으로 내준다면 바둑도 바로 끝장이다. 자, 이제 백은 ‘나’로 막을 수 있을까, 없을까. 비좁은 협곡(峽谷)에서 오싹오싹한 칼 춤이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