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여교사들, 욕망을 드러내다

영화 속 선생님들이 달라졌다. 최근 개봉한 멜로 영화 ‘연애술사’ ‘연애의 목적’ ‘사랑니’에서 여주인공은 모두 ‘선생님(교생 포함)’. 학생들의 ‘연애질’을 감시하는 ‘B사감’형 선생님이 아니다. 2005년, 영화 속 여교사의 사랑은 누구의 눈치도 살피지 않는다. 유례없이 대담하다.

◆ 여교사, 욕망의 주체가 되다 오랫동안 여교사에게 ‘성욕’이란 불경스러운 단어였다. ‘몽정기’에서도 교사를 향한 학생들의 성욕은 구체화되지만, 여교사의 사랑은 ‘순수한 동경’ 수준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나온 일련의 영화에서 여교사들은 ‘욕망의 대상’에서 당당히 ‘주체’로 돌아섰다. ‘사랑니’에서 학원강사 조인영(김정은)은 어린 제자를 사랑하면서 주변의 눈치를 살피느라 안절부절하지 않는다. 그녀는 “사람이 사람 때리는 게 나쁜 거고 불륜이지, 키스하고 싶은 게 나쁜 일이냐”고 당당히 주장한다. ‘연애술사’에서 학교에서 해직된 희원(박진희)은 “그냥 사랑한 거잖아, 남들처럼” 하고 항변하고, ‘여선생 VS 여제자’에선 노처녀 선생님이 어린 여학생과 동등하게 사랑의 경쟁을 벌인다. 강한섭 서울예대 교수는 “실제로도 요즘 여성들이 적극적이고 용감하지 않냐”며 “사회적 추세를 영화가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 여교사는 멀고도, 가깝다 “만만하잖아요. 자연스럽고. 독립적인 직업여성이지만, 전문직 여성 캐릭터가 갖는 비현실감이나 과장을 피할 수 있으니까요.” ‘사랑니’의 정지우 감독은 주인공의 직업으로 여교사가 선호되는 이유로 “관객에게 친숙하다”는 점을 꼽았다. 90년대 멜로물은 전문직 여성을 내세우는 게 유행이었다. 성우가 주인공인 ‘결혼이야기’를 기점으로 방송작가(접속), 교수(편지), 의사(약속) 등 다양한 전문직이 등장했다. 그러나 전문직 여성이라고 팬터지를 자아내던 시절은 지났다. 영화계는 ‘가깝고도 먼’ 선생님들의 세계에 눈을 돌렸고, 관객의 관심은 의외로 컸다. 의사·교수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관객은 많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학창시절은 있었으니까. ◆ 여교사는 섹시하다 예부터 여선생님들은 혈기 끓는 남학생들의 불온한 성적(性的) 팬터지의 대상이었다. ‘임금과 아버지와 같은(군사부일체)’ 선생님을 여성으로 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금기’였지만, 많은 성장영화에서 소년들이 ‘선악과’의 유혹에 빠졌다. ‘몽정기’에서 사춘기 소년 동현은 매일 밤 아름다운 교생 선생님 유리(김선아)와 데이트하는 꿈을 꾼다. ‘연애의 목적’에서 남학생들은 교생 홍(강혜정)의 과거를 파고들고 “선생님, 다리가 예쁘시네요”라며 이죽거린다. 방송인 현영이 스크린 데뷔작인 ‘카리스마 탈출기(11월 개봉 예정)’에서 발랄한 고등학교 선생님 역으로 캐스팅 된 것도 같은 맥락. 금지된 욕망의 대상은 한층 더 섹시한 법이니까. ◆ 내가 하면 로맨스, 선생님이 하면 스캔들 여교사는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들에게는 일반인보다 엄격한 사회규범이 요구된다. 또한 학교는 소문이 빠르기 때문에 사생활이 쉽게 공론화된다. ‘연애의 목적’에서 홍이 모텔에서 나오는 장면이 목격된 이후 학교 홈페이지는 홍에 대한 비방으로 벌집이 된다. ‘연애술사’에서 희원은 섹스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된 뒤로 학생들에게 면전에서 수모를 겪는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멜로 영화에서 주인공이 교사라는 사실은 상당히 억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며 “자아와 내부 욕망 사이의 균열이 크기 때문에 드라마를 끌어가기에는 좋은 소재”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사의 도발적인 연애를 반기지 않는 사회적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정지우 감독은 “항의까지는 아니더라도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은 종종 듣는다”며 “여주인공이 관습보다 감정을 따라가는 데 대해 특히 남성 관객들이 불편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