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을 가다] 손예진-송일국 주연 '작업의 정석'

밤 공기가 제법 차가워진 지난 5일 저녁 경기도 남양주 양수리에 위치한 종합촬영소를 찾았다. 사방이 칠흙 같은 어둠에 쌓여 있는 가운데 한 건물의 조명이 유난히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곳에서 영화 '작업의 정석'(감독 오기환, 제작 청어람)의 촬영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촬영중인 신은 서민준(송일국)과 한지원(손예진)의 두번째 데이트 장면. 민준의 집으로 꾸며진 세트는 그야말로 으리으리했다. 이 정도면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작업은 일사천리겠다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 좋은 집을 구경하면서도 연신 웃음이 나왔다. 민준의 극중 직업이 건축 설계사이니 각종 건축 관련 도면이나 자료들이 굴러다니는 것까지야 그렇다 치자. 거실 한구석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는 콜라 자판기가 눈에 확 들어왔다. "일국씨, 저 자판기는 뭐죠?" 궁금증을 못 참은 기자가 물었다. 송일국, 아니 '선수' 민준이 천연덕스럽게 대답한다. "아, 저거요? 콜라도 냉장고보다는 자판기에서 빼 마시는 게 폼 나잖아요." 천장을 찌를 듯 2층으로 설치된 서재에도 폭소탄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얼핏 보면 정말 대단해 보이는 수준. 그러나 꽂혀 있는 책들의 면면이 정말 화려하다. 영문 전공 서적부터 만화책까지 책이란 책은 아무거나 죄다 끌어 놨다. 실은 지원의 환심을 사기 위해 동네 책 대여점에서 다 빌려다 놓은 것. 결국 책을 구경하던 지원은 책에 붙어 있는 'OO도서대여점'이라는 스티커를 보고는 유유히 '하수'의 순진함을 비웃게 된다. 무슨 대단한 연애의 기술을 전수해 주는 영화인 줄 알았다. 대단한 플레이걸과 플레이보이가 출연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위와 같은 내용들을 다룬다. '작업의 정석'은 '진짜 선수'가 아닌 '선수를 꿈꾸는' 젊은 남녀의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코믹 멜로다. 오기환 감독은 "대한민국 청춘남녀 모두가 '선수'고,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손예진과 송일국은 그를 대표하는 선남선녀의 모델일 뿐"이라며, "두 사람이 알콩달콩하다가 결국 행복하게 된다는 식의 흔한 로맨틱 코미디를 떠올리면 안 된다. 예상에서 살짝 비켜가는 전개와 '쿨'한 결말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청순미의 대명사 손예진도 어느새 '작업녀' 지원의 모습처럼 뻔뻔하게(?) 변한 모습이었다. "처음엔 제가 '감히' 코믹연기를 하겠나 싶었는데…, 너무 재밌어요. 특히 감독님이 너무 빨리 찍으셔서 좋아요." 옆에 있던 오 감독,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한다. "그럼 내가 필름을 '남기남'?"　현장도, 배우도 모두 유쾌한 영화 '작업의 정석'은 현재 70% 정도 촬영이 진행됐으며, 올 겨울 개봉 예정이다. (스포츠조선 김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