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회 LG배 세계기왕전]16강전 제4국

〈제12보〉(121~144)=형세가 사실상 결정되면서 백의 마무리 솜씨 감상만 남은 상황. 그러나 마지막 초읽기에 몰리고 있는 쪽은 흑 아닌 백이다. 흑에겐 50여분이나 여유가 있다. ‘시간을 남기고 패하는 프로는 직무유기’라던가. 유리함 속에서도 신중을 거듭하는 기사치고 성적 나쁜 기사가 거의 없다. 이창호 조치훈 천야오예(陳耀燁) 박문요가 다 그 계열이다.

121은 살기 전 선수로 툭 던져 본 응수타진 같지만 나름의 노림이 있는 수. 백이 좌하 흑에 대해 선수라고 무심코 130에 받았다간 참고도의 반격을 받아 턱 밑까지 쫓기게 된다. 122는 함정을 피해 반격을 준비한 침착한 일착. 123 때 124는 절대였고, 131까지 좌하귀가 연결해가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132의 큰 곳에 이어 136 절단에까지 손이 돌아와선 ‘덤’을 안 받아도 계가를 맞춰볼 만한 소위 반면(盤面)승부의 형세. 이제 ‘가’는 안팎으로 무려 18집에 달하는 큰 곳인데 돌연 144로 빠졌다. 우하귀에 무슨 맛이 있었다는 것일까. 다음 보에서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