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즈' 형, 이 많은 돈 어떻게 쓰지

기찻길 옆에 종이상자로 만든 집을 짓고 놀고 있던 일곱 살 영국 소년 데미안(알렉스 에텔)의 머리 위로 거짓말 처럼 커다란 가방이 굴러 떨어진다. 지퍼를 열어보니 하나 가득 돈다발. 두 살 위인 형 안소니(루이스 맥거본)에게 귀띔하니 당연히 기뻐 날뛴다. 형제는 억대의 파운드화를 어떻게 써야할 지 궁리하기 시작한다.
‘밀리언즈’의 장점은 순진무구한 상상력과 세속적 상상력의 대비다. 길거리 노숙자들에게 수십 판의 피자를 돌리고, “가난하다”고 주장하는 전도사의 집 우편함에 돈꾸러미를 쑤셔넣은 뒤 이번에는 아프리카 난민 돕기를 꿈꾸는 데미안. 하지만 형 안소니는 ‘돈=권력’임을 본능적으로 파악한뒤 학교 친구들을 몇 푼 돈에 수하로 만들고, 부동산을 구입해 재테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니 보일은 이 과정에 판타지를 삽입, 동화같은 영상을 만드는 데 전력한다. ‘쉘로우 그레이브’ 등 대니 보일의 예전 영화를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아프리카 난민 돕기 원조기금’에서 제작비를 댄 영화냐, 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유통기한은 길지 않더라도, ‘밀리언즈’의 상상력은 현실에 찌든 관객들의 시름을 잠시나마 잊게 만든다. 비록 당위정에 불과할 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