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냉소를 없앤 할리우드식 '라빠르망'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원제 Wicker Park)를 소비하는 두 가지 방법. 우선 10년 전 ‘라빠르망’(1996)의 냉소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그리고 모니카 벨루치와 뱅상 카셀의 주술에 감염됐던 당신이라면, 구태여 새로움을 찾으려는 시도는 포기할 것. 다이앤 크루거와 조쉬 하트넷으로 바뀐 주역을 제외하면, 리메이크인 이 영화는 10년 전의 문법을 충실히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라빠르망’(아파트)이라는 불어조차 낯선 젊은 관객이라면, 그리고 냉소보다는 온기로 삶을 지탱하는 당신이라면, 할리우드 버전의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시카고의 카페 벨루치. 그날 밤 중국 출장을 떠나야 하는 매튜(조쉬 하트넷)은 2년 전 말 한 마디 없이 사라진 애인 리사(다이앤 크루거)의 뒷모습을 발견한다. 다급하게 쫓아가지만 또 다시 사라진 그녀. 매튜는 잠시 고민한다. 별 볼일 없던 사진작가 지망생이던 그는 이제 잘나가는 투자회사 광고책임자로 신분상승을 이뤘고, 회사 보스의 여동생과 약혼한 사이. 하지만 그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 리사의 흔적을 쫓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의 사랑과 자신을 향한 사랑 사이에 알지 못하던 엄청난 비밀이 있음을 하나둘 씩 깨닫게 된다.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가 가지는 매력 중의 하나는 이종교배가 주는 신선함이다. 로맨스와 미스터리를 섞은 독특한 형식은 관객의 성감대를 은근히 자극하면서, 객석을 긴장감으로 가득채운다. 리사의 흔적이었던 호텔 열쇠와 은색 콤팩트가 연극배우 알렉스(로즈 번)으로 연결되면서, 알렉스와 리사가 아파트 이웃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멜로는 미스터리로 급물살을 탄다. 또 과거와 현재를 숨쉴 틈 없이 포개놓는 특유의 편집은 관객에게 그들의 2년을 재구성하게 만드는 폐를 끼치지만, 그 수고는 동시에 퍼즐 조각을 끼워 맞추는 놀이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본질적으로 ‘첫 눈에 반한 사랑’에 대한 흥미로운 보고서다. 그리고 그 사랑이 서로 엇갈렸을 때 사람이 얼마나 간사해질 수 있는지, 질투가 한 사람의 운명을 어떻게 뒤바꿀 수 있는 지를 숙련된 솜씨로 설득하고 있다. 비록 원작과 달리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결말이 어떤 냉소적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