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진시황릉의 비밀' 매력적인 액션, 독창성은 별로

14일 개봉하는 ‘신화:진시황릉의 비밀’에서는 성룡의 과거와 장이모의 그림자가 번갈아 일렁인다. ‘용형호제’처럼 이국적 풍광을 무대로 삼아 펼치는 성룡의 80년대식 전형적 어드벤처가 한 축을, 장이모의 ‘영웅’의 이후 중국의 국책 장르가 된 대하무협사극이 다른 축을 지탱하고 있다.
이 영화는 진시황릉을 찾아나선 고고학자 잭(성룡)의 모험을 다룬다. 잭은 옥수 공주(김희선)라는 고대 여인에 대한 꿈을 반복적으로 꾼다. 별개로 진행되는 듯 했던 과거와 현재의 두 이야기는 후반부에서 한데 얽힌다.

‘신화’는 독창성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작품이다. 정소동이 연출한 ‘진용’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 모티브부터, 강문이 감독한 ‘귀신이 온다’에서 잘린 채 나뒹구는 머리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특정 장면 연출 스타일까지, 빌어온 부분이 너무 많다. 얼어죽어가는 남자를 여자가 체온으로 살려내는 장면처럼 수없이 반복된 클리셰(상투적 표현)도 한 트럭 분량이다. 김희선은 이제까지의 어느 출연작에서보다 예쁘지만, 그 예쁜 얼굴이 짓는 슬픈 표정 한가지 외엔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한다.
그러나 이 작품엔 성룡이 아니면 절대 만들어낼 수 없을 것 같은 액션의 잔재미가 여전히 살아 숨쉰다. ‘신화’의 최고 장면은 특수효과 도움으로 진시황릉 위 허공에서 펼치는 클라이맥스 대결이 아니라, 쥐잡이용 끈끈이를 제조하는 거대한 롤러 위에서 코믹하게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액션 시퀀스이다. 버스터 키튼이 인디아나 존스를 만났을 때만 펼쳐질 수 있을 것 같은 성룡 특유의 소도구 이용 액션은 너무나 익숙하지만 여전히 감탄스럽다. 방금 전까지 싸우던 적이 위기에 처하자 목숨을 구해주는 그 장면 마무리의 휴머니티는 또 어떤가.
그러니 오랜 세월 우리의 우상이었던 성룡, 할리우드 버디영화나 장이모식 무협사극 속에서 너무 소진 마시고 당신만의 아우라(靈氣)를 잃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