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요리] 등심스테이크 & 된장찌개

하늘이 높아진 만큼 소리도 깊어지는 계절이 왔다. 비 오는 날만 골라 듣던 피아노 연주가 심상치 않으니 말이다. 가을이 온 것이다. 이 계절만큼은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홀로 음악을 감상하듯 혼자 즐기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마치 월요일 아침 출근길 버스에 오르듯 올해도 사람들은 수많은 인파를 헤집고 단풍산행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이 계절은 소주에 절어 설악산 공룡릉을 즐기는 사람도, 개미떼처럼 인수봉에 붙은 사람에게도 공평하게 시원한 바람과 멋진 장관을 제공할 것이다. 비록 여유도 없고, 원하는 분위기도 연출하지 못하겠지만, 마음이나마 가볍게 가을산행을 떠나 보자.

자가용보다는 버스가, 버스보다는 열차가 나그네의 마음을 더 달래줄 것이고, 후딱 다녀오는 당일산행보다는 서늘한 산바람을 맘껏 즐길 수 있는 1박 이상의 산행이 가을의 풍미를 더할 것이다.

혼자 가을의 소리를 만끽하고 싶다면 모두들 몰려가는 등산로보다 모두가 외면하는 자연휴양림 뒤편 임도를 걸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때로는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이 ‘휙’ 하고 지나가 놀라기도 하겠지만 평소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이었던 길이 낙엽으로 포장되어 운치에 운치를 더 할 것이다. 비록 정상과는 거리가 멀게 산허리를 휘돌고,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 줄 모르겠지만 가을의 임도 산행은 어쩌면 우리네 인생사와 똑같은지 모르겠다.

거기다 산책 같은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넓고 깨끗한 야영장이나 아늑한 산막이 우리를 반긴다. 시장처럼 붐비는 국립공원 산장의 숨이 턱 막히는 취사장에서 구걸하듯 한 끼 때우기보다 맘 편하게 저녁을 즐기는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맛난 고기와 향긋한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을 산행이야말로 제대로 생각할 줄 아는 등산인들의 선택이 아닌가 한다. 

 

살짝 덜 익히는 게 맛 좋아

그러면 코끝에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과, 그 바람을 피하기 위해 입은 파일재킷의 온기를 느끼며 맛있는 가을 산행요리를 해보도록 하자. 스테이크는 어느 나라 어느 음식점에 가도 가장 비싸고 고급스러운 요리 중 하나다. 그 중 소 등심을 이용한 이 요리는 기름기도 적당하고, 씹는 맛도 훌륭해 가을 산에서 먹기에 적당한 메뉴다. 얼마 전 몰아닥친 광우병 파동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가 자취를 감춰 수입산도 만만찮은 가격이겠지만, 별도의 부재료가 필요 없어 예산을 짤 때 그리 부담되지도 않을 것이다.

먼저 2cm 정도 두께의 고기를 준비하고 이것에 와인과 소금을 살짝 뿌려 10분 정도 재운다. 많은 시간 동안 재우면 본래의 향과 즙이 달아나기 때문에 잡 냄새를 거를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런 다음 프라이팬에 버터를 올려 녹이는데, 버터는 가염된 것이 여러 모로 편리하다. 식성에 따라 버터 대신 올리브기름이나 포도씨기름을 사용해도 문제없다. 경험상 산에서는 액체로 된 기름보다는 버터처럼 고체로 된 것이 흐를 염려가 없어 좋다.

버터가 다 녹았으면 바로 마늘을 볶아 향을 내는데, 통마늘보다 저민 것이나 다진 것이 깊은 향을 낸다. 다진 것을 사용할 경우 자칫 한눈을 팔면 타게 되므로 주의한다. 버터와 마늘향이 그윽하게 퍼지면 마늘을 한 쪽으로 치우고 고기를 얹는다. 먼저 센 불에서 양쪽 표면을 모두 익힌 후 약한 불에서 속까지 익히는 게 좋고, 조리시간과 맛을 모두 좋게 하기 위해서는 뚜껑을 살짝 덮어서 요리하는 것이 좋다. 기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고기를 완전히 익히는 것보다 살짝 덜 익히는 것이 맛이 좋다(medium-well done).

고기가 먹기 좋게 익으면 팬에서 내리고 새송이 버섯과 파프리카를 볶아내는데, 이것들은 날로 먹어도 상관없는 것이기 때문에 푹 익히지 않고 역시 살짝 덜 익히는 게 같이 곁들이기에 좋다.

먹음직스런 등심 스테이크는 따로 소스를 준비하기보다 허브를 가미한 소금 정도를 곁들이는 게 좋다. 야외에서 스테이크 소스는 보관도 불편할 뿐더러 오히려 고기의 맛을 떨어뜨리는 것 같다. 도심 한복판 스카이라운지에서 애인과 안심 스테이크에 와인을 곁들이며 야경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겠지만, 평소 가고 싶었던 산을 찾아 불어오는 솔바람을 만끽하며 산 친구들과 즐기는 등심 스테이크 맛은 그것을 능가하고도 남는다. 어찌 보면 비교 대상조차 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만일 도시에서의 그것이 부럽다면 우리도 와인을 준비해 보자. 비록 쨍 소리 내는 와인잔이 아니라 깡 소리 내는 시에라컵에 그것을 담아 마실지언정 그 맛은 더 하리라 생각된다. 만일 애인과 함께 있다면 유리잔이 아닌 투명 플라스틱으로 만든 와인잔도 분위기를 잡는 데 충분하고도 남는다.

육수는 멸치나 기름기 넉넉한 쇠고기 이용

고기와 와인을 즐기는 사이 클라이맥스를 장식할 맛난 찌개를 끓여 보자. 도시에서의 그것이라면 빵과 수프를 곁들이겠지만, 우리는 확실한 마무리를 할 그 무엇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된장찌개다. 요리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된장찌개는 아마도 음악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모차르트와 같은 존재일 것이라 생각된다. 만들기는 어렵지 않지만 진정한 맛을 내기 어려우니 말이다. 모든 요리를 다 못해도 이것 하나만 잘 할 줄 알면 그 사람은 어느 곳에서나 환영받는 위인이 될 것이다.

정통 된장찌개의 질박한 국물을 내기 위해서는 먼저 쌀뜨물이 필요하다. 이것은 찌개의 색깔과 맛에도 관여하지만 염분이 많은 이 요리의 염도를 낮춰주는 과학적인 역할도 하는 팔방미인이다. 이것을 코펠에 붓고 국물용 멸치를 넣어 국물을 낸다. 나중에 이것을 건져내는 번거로움을 없애려면 머리와 내장을 미리 제거한 것이 좋지만, 통 멸치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대로 써도 좋다. 만일 멸치육수보다 고기육수를 원한다면, 기름기 넉넉한 쇠고기를 넣어도 된다.

한 10분 정도 끓으면 육수가 우러나는데 육수를 내는 동안 넘치지 않게 불 조절을 잘 해야 한다. 국물이 우러나면 잘게 썬 양파와 감자, 그리고 호박을 넣고 끓인다. 양파는 적당량을, 감자는 좀 넉넉히 넣는 게 맛이 더 좋다. 호박은 보통 마지막에 넣지만, 진하고 구수한 맛을 내기 위해 된장보다 먼저 넣었다. 감자가 반쯤 익었을 때 된장을 풀어 넣는다. 일반 요리에서는 된장을 제일 먼저 풀어 넣지만 경험상 야외에서는 된장을 마지막에 넣는 것이 맛이 더 한 것 같다.

참고로 일본식 된장인 미소를 끓일 때처럼 된장을 넣고 바로 불어서 내리는 게 아니라 감자가 반쯤 익었을 때 된장을 넣고 푹 끓여 나머지 재료를 익히는 것이다. 이 요리의 시간은 감자가 익는 시간에 맞추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새송이 버섯과 다진 마늘을 넣고 한소끔 끓여내면 요리는 완성이다.

된장찌개만큼 간편하면서 쉬운 요리도 없겠지만, 이것처럼 맛내기 어려운 요리도 없다. 아마 우리나라 가족의 수만큼 그 맛이 다양할 것이라 짐작된다. 만일 서로 다른 지방 사람들로 구성된, 그리고 그 사람들이 모두 시골 출신이라면 아예 이 요리를 메뉴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야외에서 이것만큼 매력적인 요리가 없기에 모두들 핀잔 들을 각오하면서도 이것에 도전하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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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한 행동식
카스테라(300kcal·100g)

주로 아이들이 즐겨먹는 카스테라는 다른 빵보다 계란과 우유가 듬뿍 들어간 영양가 만점의 행동식이다. 포만감보다 영양가가 높기 때문에 산악인들 중에는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들이 주식이나 부식으로 많이 먹기도 한다.

이것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사이에 있던 나라이름이기도 한데, 이 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던 부드럽고 맛있는 빵을 다른 나라 사람들이 통칭해서 ‘카스테라’라고 불렀다고 한다. 동양에는 1500년대 말 포르투갈 상인에 의해 일본에 처음으로 전래되었는데, 이 맛에 반한 일본사람들이 애착을 가져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카스테라를 만드는 것까지 발전했다.

이것은 그냥 먹기보다 따뜻한 우유나 커피와 함께 먹으면 맛을 배가시킬 수 있다. 보온병에 미리 따뜻한 차를 준비해 같이 곁들이는 게 좋다. 보통 단맛이 강한 빵은 많이 먹기 힘들지만 이것은 단맛과 함께 고소함과 특유의 부드러움 때문에 쉽게 질리지 않아 행동식으로 적합하다. 특히 중량대비 영양가가 높아 그 가치를 더한다.

잘 으깨지는 단점이 있지만 단단한 케이스나 코펠 속에 담으면 모양을 망치지 않고 즐길 수 있다. 별도로 잼이나 버터가 필요 없어 더욱 간편하게 맛을 즐길 수 있다. 참고로 오래된 각 지역의 한국 빵집(예를 들어 서울의 태극당, 전주의 풍년제과, 부산의 B&C, 대전의 성심당, 군산의 이성당 등)에 가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맛과 크기의 이것을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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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 보세요
등심 스테이크

재료(1,608kcal·3인분)

스테이크용 쇠고기 등심 600g, 마늘 1쪽, 새송이 3개, 파프리카 2개, 버터 3큰술, 허브맛 소금 약간, 레드와인 약간.

만들기

1   고기에 와인과 소금을 살짝 뿌려 10분 정도 재운다.
2   프라이팬에 버터를 올려 녹인다.
3   마늘을 볶아 향을 낸다.
4   마늘을 한 쪽으로 치우고 고기를 얹는다.
5   고기는 센 불에서 양쪽 표면을 모두 익힌 후 약한 불에서 속까지 익힌다.
6   고기가 다 익으면 팬에서 내리고, 새송이와 파프리카를 볶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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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 보세요

새송이 된장찌개
재료(280kcal·3인분)

중간 크기 새송이 2개, 된장 2큰술, 중간 크기 감자 2개, 양파 1/2개, 애호박 1/2개, 국물용 멸치 5마리, 다진 마늘 1큰술.

만들기

1   코펠에 물 4컵(시에라컵 기준) 또는 쌀뜨물을 붓고 멸치를 넣어 국물을 낸다.
2   국물이 우러나면 잘게 썬 양파, 감자, 호박을 넣고 끓인다.
3   감자가 반쯤 익었을 때 된장을 풀어 넣는다.
4   새송이와 다진 마늘을 넣고 한소끔 끓여낸다. 
5   간이 부족하면 소금으로 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