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공주' 엄정화 "헉, 쌍코피 터졌다!"

엄정화는 욕심쟁이(?)다. 남들은 배우나 가수 하나 하기도 벅찬 데,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왕성하게 두 분야를 오가고 있다. 엄정화는 그 '욕심' 덕분에 스릴러 영화 '오로라 공주'(제작 이스트필름)도 할 수 있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정재형 음악감독으로부터 영화 '오로라 공주'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방은진 감독에게 직접 연락해 배역을 '따냈다'. 배우라면 자존심 때문에 욕심이 나는 역할이 있어도 매니저의 손을 거쳐 캐스팅 작업을 진행시키는 법인데, "일하는 데 그런 게 뭐 필요하냐"며 직접 전화기를 들었단다. "그동안 해온 역할 때문인지 나한테는 스릴러 시나리오가 잘 안 들어온다. 변신을 하고 싶었고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내가 잘하는 역할에만 갇히고 싶지 않았다." 사실 엄정화는 방은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다고 한다. "감독님이 워낙 훌륭한 배우 출신이라 장면마다 '이렇게 연기해라, 저렇게 연기해라'고 지시한다면, 이 영화는 엄정화가 아닌 배우 방은진의 작품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감독님은 언제나 날 믿어 주시며 맡겼고, 늘 편안하게 촬영하도록 세심하게 마음을 써주셨다."

엄정화는 촬영에 들어가서 욕심을 부린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청주 쓰레기 매립장에 가서 8일 동안 촬영하면서 몸에 밴 냄새가 빠지지 않아 어딜 다니기도 힘들었고, 격투신에서는 상대 배우와 몰입해 연기하다가 제대로 맞아 '쌍코피'까지 터졌다. 5명을 연쇄살인하는 역할 때문에 쉴 새 없이 상대 배우들을 찌르고 때리고 하는 것도 그녀의 에너지를 고갈시켰다. 덕분에 엄정화는 지금까지도 영화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이었다. 엄정화는 "이렇게 몰입돼 찍은 영화가 없었다. 4개월 동안 연쇄살인범 정순정으로 살았더니 지금까지도 우울함이 가시질 않고 있다"면서 배역에 대해 설명하다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과감하게 잔혹한 변신에 나선 그녀의 선택이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아 어떤 열매를 맺을지 기대된다. (스포츠조선 신남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