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산책] 부가영상까지 찾아보게 되는 DVD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면 DVD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부가영상까지 찾아보게 되는 DVD와 그렇지 않은 DVD. 일단 영화가 재미있거나 감동적이면 감독이나 숨겨진 얘기 등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런 호기심을 충족시켜줘야 제대로 만든 DVD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영화가 유명하지 않을 때 DVD의 이런 장점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해롤드와 쿠마(Harold &Kumar Go to White Castle)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졌고 버디 코미디에 속하는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은 한국과 인도 사람이다. 백인이 등장하지 않는 설정이 낯설어서인지 좀처럼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거부감을 극복하기만 하면 오랜만에 포복절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이 주제가 아니라 단순 소재로만 사용되기 때문에 아시아인으로서 감당해야 할 씁쓸한 유머는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백인들의 은근한 인종 차별을 꼬집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영화가 단순 코미디를 넘어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압권은 프린스턴 대학에 다니는 여대생 두 명이 화장실에서 누가 더 시원스럽게 볼 일을 보는지 소리로 대결하는 장면이다. 여기에는 우리가 평생 들어도 경험하지 못할 다양한 소리가 편집되어 있는데 이 과정이 ‘방귀의 미학’이라는 부가영상으로 담겨 있다. 원하는 소리를 얻기 위해 고전 분투하는 사운드 디자이너의 절박한 노력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언데드(Undead)

이 영화는 한 마디로 호주에서 만들어진 저예산 SF 호러 좀비 영화다. ‘저예산’과 ‘호러’는 비교적 어울리는 단어이지만 SF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영화적 완성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이 영화가 추구하는 무시무시한 고어 장면과 외계인이 나타나는 장면에서 비주얼의 어눌함은 느낄 수 없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저예산 영화와 상업 영화 사이의 간극을 놀라우리만큼 줄여 놓았다. 저예산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부가영상에서는 배우가 없어 동네 사람들을 동원하고PC에서 편집을 했다는 감독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토론토 국제 필름 페스티벌에서 관객들과의 대화는 특히 인상적이다. 웨딩 비디오 제작에나 사용되는 프리미어로 영화를 편집했다는 부분에서 관객들의 환호성이 터지고 CG 작업을 하다가 PC가 자주 다운되었다는 말에 관객들은 박장대소한다. 영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느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DVD이다. (박진홍 DVD프라임 대표 park@dvdpri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