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드무비' 뭔가 아쉬운 네 커플의 이별 방정식

표지가 너덜너덜해진 책 한 권 버리기도 쉽지 않은데 사람과의 이별은 오죽하랴. ‘새드 무비’의 기획 의도는 진부(陳腐)하지 않다. 아름답게 사랑하는 것보다 아름답게 헤어지는 순간만을 담아내겠다는 생각은 오히려 참신하다. 더욱이 등장하는 배우의 면면을 보라. 정우성 임수정 차태현 염정아 신민아 손태영 이기우…. 많은 관객들을 설레게 할 스타들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묶여 있다. 모두 같은 소속사 배우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문제는 ‘슬픈 영화’(Sad Movie)를 보고 났는데도 그다지 슬프지가 않다는 것. ‘새드 무비’의 가장 결정적인 약점은 관객보다 배우들이 먼저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다. 이별하는 커플은 모두 네 쌍. “사이렌 소리만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수정(임수정)과 열혈 소방관 진우(정우성), 3년차 백수 하석(차태현)과 능력 없는 남자 친구를 참지 못하는 숙현(손태영), 초등생 휘찬(여진구)과 아들의 모든 말썽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워킹 우먼 주영(염정아), 그리고 화상(火傷)이 있는 청각 장애인 수은(신민아)과 그녀의 첫사랑인 미대생 상규(이기우)다. 길지 않은 시간에 네 커플의 이별을 담아내려니 카메라는 너무 바쁘다. 이별을 대신 통보해준다는 기상천외한 ‘이별대행업’으로 푼돈을 벌던 하석은 스스로에게 이별을 선고해야 하는 아이로니컬한 상황에 빠진다. 그 슬픔에 몰입할 즈음, 스크린은 암으로 사경을 헤매는 휘찬 엄마 주영의 사투를 비추고, 염정아의 열연에 감응하려는 순간, 카메라는 벌써 수정의 비극으로 옮겨간다. 그들에게 비극의 정점은 있을지언정 그곳에 이르기까지의 설득력 있는 노정(路程)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뼈대는 있지만 살점은 찾기 힘들고, 살점이 있다 해도 대부분은 이미 익숙한 반복이다. 할인 마트 계산대 점원으로 일하는 숙현이 손님이 기다리는 가운데 하석과 티격태격한다는 설정이나 연인의 사고 소식을 방송 뉴스로 전해야 하는 수정, 또 화염 속에 갇힌 진우가 폐쇄회로 카메라에 마지막 인사를 하는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가 가장 힘주어 강조하는 비극적 설정이지만 이미 어디선가 한 번 본 듯한 익숙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스타의 열혈 신도라면 그 장면에 눈물 떨구겠지만 다른 관객들에게는 요령부득의 감정 과잉이 아니었을까. 2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