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브' 괴생물체 vs 인간 '공포의 진한울림'

'죠스'의 무대를 동굴로 옮겨온 느낌? 영화 '케이브'를 보는 내내 이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너무 공포의 공식에 충실했기 때문에 다소 진부한 면도 있었지만, 어쨌든 공포감은 제대로 유발했다. 스릴러물로서 소임은 다 한 셈이다. '케이브'는 지난 2000년, 8명의 미국 스쿠버다이버 팀이 미지의 생명체인 '와일드피시' 탐사차 루마니아의 한 동굴로 떠났다가 아무런 흔적 없이 사라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루마니아의 깊은 숲, 니콜라이 박사 일행은 폐허 아래 숨겨진 케이브의 입구를 발견한다. 이들은 3400m 아래 깊숙히 위치한 미지의 세계인 케이브 탐사를 시작하지만, 팀원들이 괴생물체의 공격을 받아 하나둘씩 희생되면서 불안감이 고조된다. 급기야 팀원들은 탈출을 시도해보지만 출구는 사라지고, 팀장인 잭의 몸에 이상 징후까지 나타나기 시작한다.　'케이브'는 일단 괴생물체가 인간을 습격한다는 점에서 '프레데터', '에이리언' 등과 같은 영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이 영화는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괴물 혹은 그 괴물의 살육 자체를 부각시키는 장면은 별로 없다.

지하 동굴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존재 자체도 모르는 괴물과의 싸움을 통해 인간이 본연적으로 갖고 있는 공포감, 즉 '미지'에 대한 두려움과 폐쇄 공포증을 극대화 시킨다. 이를 위해 화면도 거의 수직으로 올려다 보거나 내려다 보는 구도를 써서 마치 누군가에게 관찰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일부러 초점을 흐리고, 흔들리게 찍은 것도 공포감 극대화에 한 몫 했다.　다만 이같은 카메라 워크나 삽입된 배경음향 등이 '죠스' 등 기존의 공포 영화와 너무 비슷하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속편을 너무 의식한 듯한 전개와 결말도 좀 거슬린다.　하지만 실제를 방불케 하는 '케이브' 세트와 암벽 타기, 스킨스쿠버 신 등 기존의 스릴러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스펙터클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본전 생각'이 날 염려는 없을 것 같다. '개봉 시기가 석 달만 빨랐더라도…'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영화다. (스포츠조선 김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