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회 LG배 세계기왕전] 팬과 스타

〈제7보〉(89~102)=구리와 관련된 일화 한 토막. 심야 대국을 마친 구리가 택시를 집어탔다. 운전 기사는 마침 그의 열렬한 팬이었다. 숙소에 도착하자 구리는 후한 요금을 주고 서둘러 내렸다. 이튿날 아침. 구리 앞으로 전날 밤 지불했던 돈이 되돌아와 있었다. “명함인 줄 알고 받았다. 당신을 너무도 좋아하므로 요금은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구리는 훗날 “그가 명함을 요청했지만 당시 지닌 게 없었다. 밤늦은 시간에 너무 고생한다는 생각에 요금을 좀 넉넉히 지불했었는데…”라고 회상했다. 진정한 스타와 팬의 관계란 이런 게 아닐까.

89는 상변 백에 대한 정확한 가격(加擊). 이 수로 90 자리에 두는 것은 참고도 1 이하 10까지 패로 버티는 수단이 남는다. 그러나 상변을 챙기는 동안 반대 급부로 좌상에 부평초 같은 흑 미생마가 떴다. 99로 보강했으나 100, 102로 시체(?)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중앙 쪽 흑 미생마와 적절히 얽어 ‘맛’을 엿보자는 고등 수법. 프로 아마 할 것 없이 잡아놓은 포로들이 꿈틀거리면 기분 좋아할 사람 하나도 없다. 그리고 상변의 잡힌 백 말은 얼마 후 기어이 ‘고기 값’을 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