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드림★메이커] 노비스엔터테인먼트 노종윤 대표

지난해 연말 노비스엔터테인먼트 노종윤(42) 대표가 싸이더스픽처스에 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많은 충무로 관계자들이 놀라움과 함께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난 2000년 3월부터 국내 굴지의 영화사 싸이더스픽처스의 제작 이사로서 열정적이면서도 꼼꼼한 일 처리로 '무사' '살인의 추억' '말죽거리 잔혹사' '싱글즈' 등 국내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끈 작품들의 산파 역할을 해왔던 그 였기에 아쉬움의 목소리는 더욱 컸다. 하지만 한편으로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앞에 내세우고 본격적으로 색깔을 드러낼 그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 역시 쏟아졌다. 이제 10개월여의 시간이 흘러 '순혈 옥동자' 탄생을 눈 앞에 둔 그를 만나 봤다. -우선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궁금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두 달 동안은 푹 쉬었다. 잠도 많이 자고 운동을 하면서 살도 빼고, 건강을 어느 정도 되찾은 것 같다. 그리고 나서 다음달이면 완성된 시나리오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예상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싸이더스픽처스를 그만 둔 것이 아니라서 '예상대로'라는 말 자체에 어패가 있다. 스트레스와 피로가 누적돼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 잘 알지 않는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내려가다가 KTX 열차 안에서 갑자기 실신하기도 했다. 아무 대책 없이 시작했지만, 다행히 일이 잘 풀리는 것 같다. -앞으로 선보일 작품들은. ▶우선 형제의 이야기를 다루는 액션 느와르 한 편, 홍콩 자본과 공동 제작하는, 여성들이 주인공인 '범죄의 재구성' 풍의 사기극 한 편의 시나리오가 곧 완성된다. 이후에는 무협 사극인 '조선 팔극'과 해방 전후 반민특위의 좌절을 다룬 '1948년' 등 2편이 기다리고 있다. 어떤 작품이 먼저 들어갈 지는 모르겠지만, 내년 2~3월에는 촬영이 시작될 것 같다. -작품들의 지향점이 있다면. ▶영화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사람 냄새나고 감동을 주는 휴먼 터치 드라마에 전념해 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동안 이 쪽 일을 해오면서 '대중의 정서에 영합하는'이라는 단서가 개입됐지만, 단순히 흥행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여운을 남기는 작품을 만드는 것에서 보람을 찾고 있다. 참고로 공포 영화는 무서운 걸 싫어 하기 때문에 안 할 것 같다(웃음). -나름 안정적일 수 있는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에 대한 후회는 없나. ▶그런 건 없다. 나는 낙천주의자다. 때가 돼서 일이 이렇게 흘러 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아침 마다 기자들에게서 걸려 오는 전화를 받지 않게 돼서 요즘 참 좋다(웃음). -노비스엔터테인먼트가 지향하는 바는. ▶영화 판에서 운 좋게도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었다. 프로듀서부터 마케팅, 홍보, 배급, 투자 등등 각 분야의 경험을 쌓아왔는데, 내 작품들을 만드는 데 절반 정도 힘을 쏟고 나머지로는 제작 능력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이를 풀어낼 수 없는 후배들을 돕고 싶다. 물론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싸이더스픽처스 시절, 그 숱한 작품들을 빼놓지 않고 꼼꼼이 챙겨 주위에서 안쓰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친구들이 가끔 점집에서 대신 사주 팔자를 보면, '죽도록 일 한다'는 점괘만 나온다. 지나온 삶을 돌아봐도 정말 그런 것 같다. 덕분에 이제는 웬만한 위기가 닥쳐도 웃으며 대처할 수 있다. 오히려 아무 일도 안 터지면 괜히 불안하다(웃음). 물론 위기 대응 원칙이 있다. '위기 때 더 열심히 하자'는 거다. 다른 생각말고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방법을 찾으면, 꼬였던 일도 거짓말같이 풀리곤 한다. 자신감과 낙천적인 성격이 나의 가장 큰 재산이다. (스포츠조선 신남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