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공부 벌레

〈제9보〉(110~129)=고바야시가 젊은 시절 얼마나 노력파였는가 하는 일화는 많다. 엄청난 공부량 때문에 검지 손가락에 항상 반창고를 붙이고 다녔다는 얘기는 이미 했지만, 기타니(木谷) 도장 시절 경쟁자들이 잠든 사이 가로등 불빛에 기보를 공부했다는 ‘신화’도 전해진다. 연하의 조치훈에 눌려 지내던 그는 이 같은 근성으로 입단 관문을 먼저 뚫었고, 둘이 필생의 라이벌로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111은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한 비상 수단. 참고 1도가 보통이나 10을 맞아선 더욱 괴로워진다. 111은 박박 기어서라도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 백은 114, 116으로 가차없이 끊어간다. 117은 어땠을까. 최규병 九단은 “좀 순진한 수”라며 참고 2도처럼 버티는 게 그나마 최선이었다고 진단한다.
123까지 기호지세. 백이 좀 난처해 보이는 순간 124의 맥점이 터졌다. 왜 맥점인지는 이후 실전 진행서 확인된다. 간단한 수순이므로 내일의 실전 ‘해답’을 보기에 앞서 백 ‘가’로 끊은 후의 변화를 미리 점쳐 보시라. 백의 뒷수는 4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