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타협과 反撥

〈제11보〉(147~165)=바둑은 수담(手談)이다. 대국자는 흑 백의 돌에 속 마음을 실어 질문과 대답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그것은 또한 흥정의 과정이기도 하다. 사생 결단을 낼 듯하다가 슬그머니 철군(撤軍)할 때도 있고, 별 것 아닌 장면에서 발끈해 대형 전투로 확전(擴戰)되기도 한다. 바둑판 위의 흐름은 이 점에서도 어찌 그리 인간사와 닮았을까.
백 ?의 젖힘에 흑도 147로 젖힌 장면. 단순히 흑 ‘가’, 백 ‘나’, 흑 152면 백이 선수 끝내기를 하면서 완생해 버린다. 147은 백이 ‘다’로 받을 때 ‘나’로 먹여치겠다는 뜻. 백 148은 “정 그렇다면 밖으로 나가 살겠다”고 외친다. 150에 젖혀 탈출구를 마련한 백이 우변을 160까지 유린해선 흑의 반발이 실패로 끝났다. 수순 중 157은 맥점.
165로 끊어간 것은 일견 필살의 강수 같지만 ‘라’로 끊기는 약점이 남아 있어 여의치 않다. 그렇다면 163으론 아예 ‘라’에 이어 164와 165를 맞보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 참고도인데, 이 수상전은 백이 최소한 빅을 확보하면서 승리도 결정된다. 어찌됐건 165로 끊고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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