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찾아온 점토 애니… "대단하다, 월래스"

영국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명가 아드만 스튜디오와 할리우드 드림웍스의 협력 관계는 ‘토이 스토리’를 낳은 픽사와 디즈니의 파트너십 만큼이나 흥미롭다. 이들이 ‘치킨 런’에 이어 내놓은 ‘월래스와 그로밋-거대토끼의 저주’(4일 개봉)에는 아드만의 세련미와 품위가 드림웍스의 아이디어와 오락성에 7대 3의 비율로 황금 배합되어 있다.
‘수퍼 야채 선발대회’를 앞두고 발명가 월래스와 그의 충직한 개 그로밋이 농작물을 해치는 토끼를 잡아들이며 영화가 시작된다. 월래스는 멋지게 온실을 가꿔온 토티와 사랑도 나눈다. 그러나 난데없이 거대한 토끼가 출몰해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마을 전체가 공포에 휩싸인다.
이 작품은 ‘고스트버스터즈’와 ‘늑대 인간’에서 절반씩 따온 듯한 골격을 지녔다. 존 업다이크의 소설 제목에서 ‘킹콩’의 한 장면까지 종횡으로 인용하며 패러디 애니메이션 최고봉인 ‘슈렉’의 드림웍스 영향을 드러내기도 한다. 자동차 추격전에 비행기 위 액션까지 현란한 볼거리도 채워 넣었다.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였던 이전의 ‘월래스와 그로밋’ 시리즈에 비하면 훨씬 진행이 빨라졌고 움직임도 많아졌지만, 그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여유로움과 낙천성은 여전하다. 치즈광인 월래스와 뜨개질을 즐기는 그로밋의 이전 모습을 그대로 살렸고, 부드럽고 온화한 화면 색조와 캐릭터의 우아한 움직임도 변하지 않았다.
‘치킨 런’ 개봉 후 이 영화가 나올 때까지 걸린 시간은 5년. 점토 인형을 아주 조금씩 움직여 만드느라 제작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재미를 맛보기 위해서 또다시 그만큼을 기다려야 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