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을 가다] 제주 우도봉 '연리지'

제주도 우도의 우도봉에서 진행된 영화 '연리지'(감독 김성중,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화이트리시네마)의 마지막 촬영 현장을 찾은 취재진 사이에 농담처럼 오고 간 말이 있다. "일 때문에 머리가 복잡한 사람 있으면 여기 오라고 하자"라며 서로들 쓴웃음을 지었다. 바람 많다는 제주도답게 눈을 제대로 뜰 수 없게 만드는 강풍이 이어져 10분 정도만 있으면 무념무상(?)으로 덜덜 떨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 게다가 해가 쨍쨍 떴다 비가 오다가 먹구름이 잔뜩 몰려 오는 등 하루 아침 저녁에도 종잡을 수 없이 변하는 '사계절' 날씨 때문에 촬영 감독은 화면의 색조를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곤욕을 치러야 했다.

십여명의 스태프들은 기자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이 두 겹 세 겹으로 배우들을 둘러싸고 있어 의아함을 자아냈는데, 알고 보니 배우들의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더 선명하게 녹음되도록 꿋꿋이 방풍막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최지우와 조한선은 이별을 예감하고 슬픔이 복받치는 극중 최고의 감정신을 찍어야 했다.　강풍에 입이 얼어 대사조차 잘 안 되는데 이들은 연신 눈물을 흘려야 했고, 최지우는 감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감독의 컷 사인이 떨어지면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촬영에 집중했다. 하늘도 '연리지'를 돕는지, 두 배우의 투혼으로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나서야 무섭게 비를 뿌려대기 시작했다. 최지우와 조한선은 영화를 모두 마무리한 후련함과 함께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지우는 "쉬울 거라고 생각하며 촬영에 나섰는데, 3개월간 정말 고생을 했다"며 "다행히 나보다 나이 어린 (조)한선씨가 오빠처럼 의젓하게 잘 해줘 영화를 쉽게 끝낼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조한선 역시 "지우 누나랑 처음부터 친하게 못 지낸 게 아쉬울 따름"이라고 화답했다. '연리지'는 모든 것을 갖췄지만 사랑을 불신하던 매력남 민수(조한선)가 불치병에도 불구하고 활기차게 삶을 살아가는 혜원(최지우)을 만나 벌이는 운명적인 사랑을 그리는 정통 멜로 영화로, 오는 2006년 1월 개봉될 예정이다. (스포츠조선 제주=신남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