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소크라테스' 한국 영화사 이색 기록

'미스터 소크라테스'에는 여자가 단 한 신도 등장하지 않는다. 간혹 지나가는 행인으로 몇 차례 등장하긴 하지만, 대사가 있는 실질적인 여자 연기자는 전혀 없다. 남성성이 강한 영화긴 하지만,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 '여자를 잘 모르는 데다 남자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게 시나리오를 쓴 최진원 감독의 변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도 여자가 등장할 뻔한 일이 있었다. 주변에서 '아무래도 여자가 한 명도 안 나오면 이상할 것 같다'는 말을 하자, 살짝 불안했던 것. 심지어 출연 배우들과 스태프들조차 "남자들만 모여 있으니 촬영장 분위기가 삭막하더라"며 농담 반 진담 반 볼멘소리를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결국 최용기 대표는 최진원 감독에게 시나리오 수정을 건의했지만, 일주일을 낑낑대는 최 감독을 보니 도저히 안 되겠더란다. "자기도 잘 모르는 세계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겠습니까. 괜히 어설프게 손대봐야 작품만 망가질 것 같아서 그냥 원래대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미스터 소크라테스'는 여자가 출연하지 않는 작품으로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게 됐다. (스포츠조선 김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