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살까지 못해본 남자' 고진감래라… 드리어 첫날 밤!

대형 전자제품 매장 직원인 마흔 살 앤디(스티브 캐럴)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다. 이 나이 먹도록 어떤 여자와도 ‘첫날 밤’을 치르지 못한 숫총각인 것. 고이 간직해 온 그 비밀이 동료들과의 주말 포커 모임에서 들통난다. “여자 가슴은 샌드백 같은 것”이라며 동료들의 음담패설에 물정 모르고 끼어들다 처량한 처지가 드러난다. 처음에는 놀리던 매장 친구들은 이제 ‘숫총각 앤디 구하기’에 전사적(全社的)으로 뛰어든다. 동료들은 “헤프다고 소문난” 서점 아가씨를 추천하지만, 정작 앤디는 아이 셋 딸린 이혼녀 트리시(캐서린 키너)에게 은근히 정이 간다.
‘40살까지 못해본 남자’(The 40 Year -old Virgin, 4일 개봉)는 제목으로 절반 이상의 점수를 ‘따고’ 들어가는 섹스 코미디다. 자칫 B급 에로비디오로 추락할 수 있는 영화를 구한 것은, 섹스 보다는 로맨틱 코미디에 방점을 찍고 유쾌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낸 감독·각본·제작자 주드 아파토우, 그리고 해맑은 얼굴로 천진난만한 마흔 살을 연기한 코미디언 스티브 캐럴의 힘이다. 이 황당한 설정에 의기투합한 두 사내는, 인터넷을 뒤져 ‘중년 숫총각’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40살…’의 각본 안에 끼워 넣었다.
알코올 중독 여자의 토사물 받아내기, 테이프로 가슴 털 뽑기, 영화 ‘스쿨 오브 락’을 패러디한 ‘스쿨 오브 ×’ 등 자극적 설정도 순간순간 웃음을 유발하지만, 그보다는 황당한 괴물이 아니라 진실하고 성실한 캐릭터 앤디가 공감의 강도를 높인다.
우여곡절끝에 치른 첫날 밤에서 ‘토끼’의 한계에 좌절하는 앤디를 애처롭게 여기다가도, 고진감래(苦盡甘來)라, 두번째 사랑에서 머릿속에 펑펑 터지는 불꽃에 환호하는 앤디와 트리시의 새 인생에 저도 모르게 손뼉을 마주친다. 부디 해로(偕老)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