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벼르던 한 판

〈제2보〉(16~27)=박정상은 대국 시작 시간보다 22분이나 일찍 대국장에 나타났다. 서둘고 있는 것일까. 사실 담담하다면 거짓말이다. 세계 대회 결승에 오르면 병역 특례자에 포함돼 후배 박영훈 최철한 처럼 바둑에만 전념할 수 있다. 게다가 마샤오춘(馬曉春)의 콧대도 반드시 꺾어주어야 한다. “8강 멤버 중 박정상이 최약체”란 ‘망언’을 전해 듣고 얼마나 많은 밤을 잠 못 이뤘던가.
16의 협공에 17로 양걸침한 수는 참고 1도를 제안하고 있다. 18(11분)은 그에 대한 거부. 21로는 참고 2도의 변신도 있다. 5까지 가르고 나와 서로 어려운 싸움이다. 22로는 23 자리에 끼우는 것이 보통이지만 여기선 참고 3도 9 이후 A의 절단이 남아 내키지 않는다.
결국 26까지, 흔히 등장하지 않는 정석적 절충이 이뤄졌다. 상변 흑세도 당당하지만 좌변 일대 백세가 팽창하는 모습. 승부의 1차 분수령이다. 27은 너무 적세(敵勢)에 다가간 것은 아닐까. 혹시 다른 수는 없었을까. 여기서 백의 다음 착점은 이 바둑 최장고(18분 40초)의 한 수로 기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