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정아, 10시간 키스 입술 퉁퉁…13세 소년과 사랑빠진 미혼모역

30대에 접어들면 여배우는 대부분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화려한 공주님에서 공주님 친구로, 시녀로 밀려나다 밀려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서른세살의 염정아는 반대다. 김지운('장화 홍련'), 최동훈('범죄의 재구성') 등 내로라하는 감독들과 작업을 했다. 지난해엔 청룡영화상 트로피를 당당히 품에 안았으며, '소년, 천국에 가다' 이후로 내정된 차기작 감독도 충무로에서 알아주는 스타다. 10일 개봉되는 '소년, 천국에 가다'(감독 윤태용, 제작 싸이더스 FNH)를 보면, '서른 잔치는 시작됐다'고 당당히 알려주는 그녀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소년, 천국에 가다'에서 염정아는 몸은 청년이지만 정신은 13세 청년인 네모(박해일)와 사랑에 빠지는 부자로 나온다. 아들 하나 키우며 낮엔 만화방에서 일하고 밤엔 카바레 댄서로 일한다. "처음 시나리오 읽었을 때 생각했죠. 이 역을 놓치면 정말 후회할 것 같다고. 우리 영화 참 매력적이거든요.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잖아요." '누나'를 엄청 챙겨주는 스태프들의 사랑 속에서 무척 즐겁게 촬영했다. 물론 고생도 했다. 포스터를 찍을 때는 10시간 가까이 박해일과 뽀뽀를 계속해 입술이 부르틀 지경까지 갔다. 군산 카바레 장면을 찍던 날에는 밤을 새워 탈진할 정도로 춤을 췄는데, 편집에서 상당부분 잘려 아쉽다. 그러나 무엇보다 판타지 색깔이 짙은 이 영화에서 캐릭터 잡는 게 쉽지 않았을 터. 사실은 13세 소년과 사랑에 빠지는 부자는 섹시한 동시에 순수해야한다. 어른스럽지 못하면서도 사랑과 운명에 대한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관객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상당히 복합적인 캐릭터인데, 염정아는 스크린에서 참 편안해 보인다. 자기 아버지 행세를 하는 네모의 말도 안 되는 거짓말에도 잘 넘어가는 모습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부자가 염정아인지, 염정아가 부자인지 그 경계선이 보이지 않는다. 만화에나 나올 법한 말투 등 자신의 배역을 빛내고, 영화에 입체적인 매력을 더해주는 그녀의 연기는 곳곳에서 빛이 나며 관객들에게 사랑의 판타지를 심어준다. 그 비결을 물어보자 실제 성격 그대로, '쿨(Cool)'한 대답이 돌아온다. 감독의 주문을 100퍼센트 받아들인다는 것. 그래서 디렉션이 풍부한 감독이나 파트너를 만나면 더 편하다고 한다. "윤 감독이 그러더라구요. 정아씨는 참 단순하게 연기를 잘 한다구요." 이는 그녀가 이미 크랭크인 전에 시나리오에 완벽하게 몰입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미 부자의 감수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감독의 주문에 따라 하나둘씩 그 감정을 뽑아내면 되는 것이다. 1990년에 데뷔한 염정아는 올해로 연기 경력 15년째. 그러나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앞에 펼쳐진 길이 더 화려할 것이다. "단 한 장면에 출연하더라도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녀의 소망은 이미 이루어진 듯하니 말이다. (스포츠조선 전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