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을 가다] 서울 선유도 공원 '청춘 만화'

"전 정말 최선을 다해서 돈 버는 거라니까요. 제 출연료에는 스턴트비도 포함돼 있을 겁니다." '야수'는 크랭크업 했건만, 권상우의 몸은 청춘 로맨스 영화의 촬영현장에서도 편할 날이 없었다. 지난 4일 서울 선유도 공원. 영화 '청춘만화'(감독 이한, 제작 팝콘필름)의 촬영현장에서 권상우는 연신 뛰고 또 뛰었다. 지환(권상우)이 친구이자 달래(김하늘)의 남자친구인 영훈(이상우)과 통닭에 맥주 내기 달리기를 하는 장면 때문.

그나마 웬만하면 한 번에 가는 이한 감독의 스타일 탓에 서너번 만에 'OK' 사인을 받았지만, 권상우는 11월에 민소매 셔츠를 입고도 땀으로 거의 목욕을 했다. 바로 전날 촬영에서 삐끗한 오른쪽 발목에는 붕대를 감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배우 앞에서 미안한 노릇이었지만, 권상우를 마주보는 순간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보여줬던 스타일리시한 긴 머리는 온데간데 없고, 옛날 성룡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바가지 머리가 떡 하니 올라가 있었기 때문. "극중 지환의 우상이 성룡이라서 그 스타일로 잘랐는데 좋아요. 저도 성룡을 좋아하고, 어렸을 적 어머니가 잘라주셨던 바가지 머리의 추억도 떠오르고…." '청춘만화'가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는 데는 권상우-김하늘 콤비의 출연이 큰 몫을 하고 있다. 520만여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던 '동갑내기 과외하기' 이후 3년 만의 재결합이다. "3년 만에 다시 뭉쳤는데, 소감이 어떤가요."(기자) "그때는 눈도 제대로 못 마주쳤는데 많이 컸죠"(김하늘), "무슨 소리? 김하늘씨가 많이 컸죠."(권상우) 매번 이런 식이다. 때로는 실제 연인처럼, 때로는 극중 지환과 달래처럼 티격태격 연신 수다다. 그러면서도 이한 감독의 썰렁한 농담에는 공조 체제를 이뤄 응징(?)을 하는 의리도 보여준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그녀를 믿지 마세요' 등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 배우로 대성 가능성을 보여줬던 김하늘은 "'령', '유리화' 이후 오랜만에 밝은 역을 맡게 돼 너무 좋다"며 "한동안 멜로가 잘 맞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는 로맨틱 코미디가 잘 맞는 것 같다.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배우들의 거듭된 하극상(?)에도 웃기만 하던 이한 감독도 "아마도 달래는 내년 개봉작에 나오는 인물 중 가장 사랑스런 캐릭터가 될 것"이라며 김하늘을 추켜세웠다.　'청춘만화'는 13년 동안 한 동네에서 티격태격하며 지낸 두 남녀 지환(권상우)과 달래(김하늘)를 둘러싼 순정만화보다 더 재밌는 에피소드들을 그린 영화. 권상우-김하늘 최강 투톱에 '연애편지'를 연출했던 이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편안한 웃음과 짠한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청춘만화'는 현재 30% 정도 촬영이 진행됐으며, 내년 3월 새 학기에 맞춰 개봉할 예정이다. (스포츠조선 김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