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風) 강동윤 對 고근태 (마당쇠型)

강동윤(16) 四단과 고근태(18) 三단은 닮은 듯하면서도 전혀 다르다. 어린 나이 때부터 놀라운 실적을 올린 유망주 출신이란 점은 일치하지만 성장 배경은 판이했기 때문이다. 강동윤이 양지(陽地)에서 황태자 코스를 거쳐왔다면 고근태는 상대적으로 음지에서 다소 먼 길을 돌아온 ‘서민형’. 이 둘이 오는 14일부터 제9기 신예10걸전 패권을 걸고 결승 3번기를 시작한다. 만 25세, 五단 이하만 출전할 수 있는 ‘차세대 주인 찾기’다.

강동윤은 국내 굴지의 엘리트 양성소로 꼽히는 권갑룡 도장 출신. 그가 초등학교 때 이미 이창호 배와 오리온 배, 삼신생명 배를 석권하며 3관왕에 오르자 사람들은 “조훈현 이창호를 이을 차세대 재목”이라며 주목하기 시작했다. 강동윤은 11세 때이던 2000년 여름 세계 청소년대회 주니어부에 출전해 당당히 우승한다. 백성들의 환호(?)에 손짓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근태는 강동윤과는 대조적으로 초야에 묻혀 지내온 안관욱 四단을 사사했다. 그가 처음 스타 탄생을 알린 무대는 2000년 제34회 아마국수전. 만 13세 9개월의 나이로 우승해 17회 우승자 유창혁이 세운 17세를 3년 이상 앞당기며 최연소 기록을 경신했다. 대전 둔원중학 1년생 시절이었다. 그는 그러나 아마국수에게 자동출전권이 주어지는 세계아마선수권대회에 나가선 기대에 못 미친 4위에 머물렀다.
2002년 5월, 강동윤이 먼저 중앙 무대를 통해 프로 관문을 뚫었다. 대전에서 입단을 준비하던 고근태도 3개월 뒤 지역 연구생 리그를 1위로 통과하며 초단 면장을 땄다. 프로가 된 두 사람은 한동안 탐색기를 거쳤다. 강동윤이 2004년 9기 LG정유배 본선에 오르고 고근태는 같은 해 신예 최강전에서 준우승한 게 고작이었다.
2005년에 접어들자 둘은 약속이나 한 듯 폭발했다. 강동윤은 단 4명을 뽑는 농심배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이세돌 등을 눕히고 태극 마크를 달더니, 제5기 신예연승최강전에서 두 살 위의 이영구를 눌러 생애 첫 ‘감투’를 눌러썼다. 모두들 “완벽한 황태자 코스를 밟고 있다”며 갈채를 보냈다. 9월엔 한발 먼저 四단 승단도 했다. 이번 신예10걸전에서는 동률의 윤준상을 재대결에서 눌러 A조 1위로 최종 결승에 진출했다.
고근태는 올 들어 신예연승 최강전(4강)과 제15기 신인왕전(6강)에서 모두 결선 토너먼트를 밟았다. 그리곤 제10기 천원전에서 이세돌 조훈현 등을 연파하며 진격을 계속해 최근 대망의 결승고지까지 올라섰다. 고근태가 또 한 명의 신예 박정근(19) 초단과 펼칠 천원 결정 5번기는 올 연말 바둑계의 가장 주목되는 카드 중 하나로 꼽힌다. 신예10걸전에서는 B조에서 박지은과 동률 1위를 기록한 뒤 재대국에서 승리, 이번 강동윤의 결승 파트너로 결정됐다.
두 살 아래의 강동윤이 입단 전부터 귀족적인 코스를 두루 섭렵했다면 고근태는 어느 측면 마당쇠(?)의 길을 달려온 느낌. 고근태는 특히 지방 연구생을 통과하는 정도론 대성할 수 없다는 과거 불문율을 보란 듯 타파함으로써 바둑계 ‘민초’들의 희망으로 등장했다. 10대로는 극상의 커리어를 쌓아 온 둘은 외나무다리 위의 염소처럼 양보란 없다.
승부 예측? 어렵다. 데이터를 통해 짐작만 해 볼 뿐이다. 한국기원 홈페이지(7일자)에 따르면 강동윤은 47승 16패로 승률 1위 다승 7위, 고근태는 42승 16패에 승률 5위 다승 10위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기원 11월 랭킹에서도 17위의 강동윤이 21위의 고근태에 비해 약간 윗자리에 랭크된 상태. 하지만 통산 3판의 상호 대결 전적에선 고근태가 나중 2판을 이겨 2 대 1로 역전 리드를 잡고 있다. 도련님 대 마당쇠의 싸움? 요즘 같은 세상에 도련님이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보다. 각 3시간에 우승상금 10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