少女기사의 ‘칼바람’

왕샹윈(王祥云·사진)이 누구냐? 올해 16세로 중국 전국 개인전 여성부를 제패, 갓 프로 자격을 딴 신예 초단이란다. 이 생소한 이름의 소녀가 지난주 세계 바둑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4일 중국 베이징서 개막된 제4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 1라운드 네 판을 혼자 모조리 독식해 버린 것이다. ‘앙팡 테리블’ 왕샹윈은 이 국제 무대에서의 4승으로 프로 생활을 스타트했다. 그 와중에 한국의 1장 김은선 二단과 2장 이다혜 三단, 일본도 신카이(新海洋子) 五단과 만나미(万波佳奈) 三단이 줄줄이 ‘전사’했다. 지난 97년 제5회 진로배 때 서봉수 9연승의 신화를 떠올리게 하는 무서운 질주다. 이 대회가 연승제로 바뀐 지난해 이후 최다승 기록은 작년 3회 때 중국 예꾸이(葉桂) 五단이 세웠던 5연승.
첫 라운드를 마친 현재 중국은 단 한 명의 전력 손실도 입지 않은 채 최강자 루이나이웨이(芮乃偉) 九단을 포함한 5명이 모두 살아있어 대회 2연패가 유력해졌다. 반면 한국은 박지은 이영신 이민진 등 3명, 일본도 3명의 잔류 병력만을 남겨 힘든 추격이 예상된다. 2라운드는 내달 18일부터 서울에서 중국 왕샹윈 대 일본 3장(미정) 간의 대결로 속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