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드림★메이커] 日 시네콰논 대표 이봉우

일본 영화사 시네콰논의 대표인 재일교포 이봉우씨(45). 그는 정녕 꿈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1989년 설립된 시네콰논은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KT' 등의 일본 영화를 제작했고, '서편제'와 '쉬리' 등 30여편의 한국영화를 일본에 소개했다. 오는 11일엔 서울 명동에 CQN(www.cqn.co.kr)을 개관, 이중 1개관을 일본영화 전용관으로 운영할 예정. 또한 최근 45억엔 규모의 시네콰논 펀드 1호를 조성, 한국과 일본 영화 투자에 더욱 적극으로 나선다. ◆ 한류원조. 1984년 저널리즘을 공부하러 떠났던 프랑스에서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이봉우 대표는 유럽의 예술영화 수입으로 첫발을 뗐다. '씨받이'가 에로 영화처럼 포장되는 것에 자존심이 상해 한국 영화로 시선을 돌린 그는 첫작품인 '서편제'로 파란을 일으켰다. 그 뒤 2000년에 이대표가 배급한 '쉬리'는 한류의 원조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흥행 광풍을 일으켰다.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던진 이대표는 "한국영화하면 소극장에서나 상영되는 예술영화라는 편견을 깨는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물론 내로라하는 대형극장들은 다 'NO'. 뒤늦게 도쿄 시부야의 판테온 극장에서 연락이 왔다. "5주 상영 예정인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를 1주일 먼저 막내리게 됐는데, 대타도 상관없냐"는 내용이었다. 관객 반응이 좋을 경우엔 이후 큰 관으로 옮겨달라는 약속을 받은 뒤 대타로 들어갔고, 결과는 대박이었다. '쉬리'는 400여석의 대형관에서 8주간 상영했고, 스크린도 16개에서 전국 70개로 늘어나면서 일본에서 18억 5000억엔을 벌었다. 물론 이젠 180도 상황이 변했다. "인도와 한국영화는 무조건 망한다"은 일본 영화계의 흥행 징크스가 깨진지 오래. 한국영화 판권료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 샴페인이 터지기도 전에 만취한 셈. 그러나 한국과 일본 영화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대표는 "한국에서 생각하는 한류와 일본의 상황은 180도 다르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몰리는 일본팬은 극히 일부분이다. 50대의 여성팬이 주축이고, 문화 소비의 흐름을 결정하는 10대나 20대는 오히려 비호감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영화나 드라마 등 한국의 문화상품이 삼각, 사각관계의 멜로로 대표되는 똑같은 형식이 전부인 것으로 오해하는 이들이 오히려 많다는 설명이다. 또한 일부 한류 스타가 주연한 영화가 집중적으로 일본에 소개되다 보니 오히려 기존 한국영화 고정팬은 떨어져나가는 현상까지 보인다고.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일본에 소개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이대표는 대표적인 예로 자신이 수입한 '말아톤'을 들었다. 보편적인 소재를 한국적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진정한 한류를 만들어가야한다는 주장이다. ◆ 새로운 꿈. "어느날 갑자기 이봉우 대표의 전화를 받았다. 서툰 한국말로 '서편제'를 꼭 사고 싶다고 하더라"고 밝힌 태흥영화사의 이태원 대표는 "망하면 다른 영화 다 공짜로 갖고 가라고 했더니, 자신있다고 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회고.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세월을 흐름을 함께 건너면서 더욱 두터워졌다. "'춘향뎐'이 칸에 초청됐을때 이봉우 대표가 우리팀의 파티장에 찾아와서 울더라. 한국 영화가 칸의 레드카펫을 밟을 날이 영원히 오지 못할 줄 알았다며, 우리보다 더 감격해했다"고 밝혔다.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그는 최근 일본 민주당의 한 인사로부터 귀화 권유를 받았다. 국적만 바꾸면 당선은 따논 당상이라는 것. 그러나 단호히 거절했다. 20년전 혈혈단신 이태원 사장을 찾아와 '서편제'를 팔라고 말했던 그 시절의 열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제 한국과 일본의 문화 가교 역할을 하려는 그는 연간 20~40편의 일본영화를 배급할 계획이다. 두나라 영화인의 만남도 적극 주선할 참이다. CQN의 개관작품은 '박치기'. 68년 교토를 무대로 조총련계 재일동포인 조선학교 학생들과 일본학생들 사이의 우정과 사랑을 그렸다. 조선학교 출신인 이봉우 대표의 추억과도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듯. (스포츠조선 전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