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플 추천영화] 마음 속의 빈 공간 '빈집'

마침내 두 배우의 합일(合一)이 이뤄져 몸무게가 ‘0’으로 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상실감까지 치유된 느낌이다.
때리는 남편으로부터 고통받는 선화(이승연)에게 ‘빈 집’을 떠돌아다니는 남자 태석(재희)이 나타난다. 그는 선화를 만나기 이전부터 빈 집에 몰래 들어가 밥을 해먹고, 빨래를 하며, 청소를 하고 잠을 청하는 인물. 언뜻 두 남녀의 공생(共生)일기로 보이는 이 작품은, 사실 자신만의 공간을 가져본 적 없는 현대인의 안타까운 몸부림이기도 하다. 완벽하게 낯선 얼굴이었던 재희는 이 작품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충무로에 선언했다.
‘악어’나 ‘야생동물 보호구역’ ‘파란 대문’ ‘섬’ ‘나쁜 남자’ ‘수취인 불명’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등 김기덕의 모든 영화 중에서 가장 체온이 높은 작품.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