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 '러브토크'서 감성 연기… 섬세한 내면 아픔 담아

"하하하하하!" 호방하고 거침 없는 웃음소리가 마치 요즘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속 '신돈' 같다.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호방한 웃음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영화배우 박진희.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잔잔하고 안타까운 사랑의 이야기 '러브토크'(감독 이윤기, 제작 엘제이필름)에서 섬세한 내면 연기를 보여준다. '러브토크'에서 박진희는 심야 라디오 방송 진행자로 청취자들의 애정 상담을 해주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은 한없이 떠돌기만 하는 여자 영신 역을 맡았다. 연기자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이토록 화끈한 성격의 소유자가 내면 연기를 하기가 쉽지는 않을 터. 혹시 무슨 커다란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데뷔 후 5년 동안 열심히 일만 했어요. 어떻게 하다 보니 1년6개월을 쉬게 됐는데 그때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자'는 생각이 번뜩 드는 거예요." 그러던 차에 로맨틱 코미디 '연애술사'로 스크린 복귀를 하게 됐고, '연애술사' 개봉 전날 '러브토크'의 시나리오를 받고는 '이거다!' 싶었단다. "전 아직도 사랑의 판타지를 믿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사랑에는 판타지도 있는 반면, 말 못할 아픔과 답답함 등 누구나 느껴봄직한 사실적인 면도 있는 거잖아요. 바로 '러브토크'가 그런 면을 연기하고 싶었던 제 갈증을 해소시켜줄 것 같았어요." 박진희가 이번 영화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인간과 감정의 다양성이다. 그녀가 '러브토크'에서 맡은 영신 역할도 지극히 다중적인 캐릭터. "영신이 유부남 선배 성호와 지석을 만날 때 각각 감정이 다르잖아요. 이같은 감정의 다양성은 누구나 폭의 차이가 조금 있을 뿐 다 가지고 있는 거라 생각해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하는 위안을 많이 얻었어요." 어느덧 훌쩍 8년차 배우가 된 박진희. '러브토크'에서는 전작들과 달리 자신의 마음 속 어둡고 힘들었던 면을 바닥까지 끄집어 냈다. 이제는 뭔가 '정형화되지 않은' 악역에 도전하고 싶다는 그녀의 다음 변신은 뭘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 돌발토크 - 화장 안한 제 얼굴 물의(?) 빚었나요?

-영화에선 계속 노메이컵이었는데. ▶찍을 땐 몰랐는데, 자꾸 화제가 되더라. 내 모습이 그렇게 부담스러웠나(웃음). 극중 영신 캐릭터에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물의(?)를 빚었다면 죄송하다. -같이 연기한 박희순은 어떤 사람이었나. ▶정말 말이 없다. 처음 사무실에서 봤을 때 서로 '영화(남극, 연애술사) 꼭 볼게요'라는 말만 한 마디씩 교환했다. 이후 식사를 하러 갔는데, 한 시간 반 동안 박희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내다 보니 정말 재밌는 사람이다. 가끔씩 썰렁한 농담으로 웃음을 강요하긴 하지만. 하하하. -미국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일은. ▶이번 작품이 유작이 될 뻔 했다. 감독님이 가무잡잡한 피부를 원했는데, 나는 워낙 흰 편이라 선탠을 하러 해변으로 몇 번 나갔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해변을 거닐다가 파도에 휩쓸려 그대로 '갈 뻔했다'. 그 해변은 알고보니 서핑하는 곳이었다. -결혼 생각은. ▶결혼은 서로 이해하고 매사에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 아직 모든 면에서 결혼할 준비가 안 됐다. 하지만 언젠가 '말이 통하고, 적극적인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땐 모르겠다. 내가 표현을 잘 못하는 편이라 '일이 좀 되려면' 남자는 무지 적극적이어야 할 것 같다. (스포츠조선 김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