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세계기왕전]때 이른 敗色

〈제7보〉(79~94)=박문요에게선 뭔가 인생을 힘들게 살아온 듯한 느낌이 풍긴다. 막노동을 하던 부친이 노상 강도를 당해 사망한 뒤 어머니가 식당 일을 돌보며 뒷바라지했다는 과거 환경 때문일지 모른다. 소수 민족(조선족) 출신으로 겪는 불이익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역경은 승부사를 더욱 강하게 단련시켜 주는 채찍 역할도 한다. 침착하고 과묵한 이 17세 소년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 중인 것도 조물주의 뜻일까.
우변 백이 강화되자 흑도 중앙 보강이 시급하다고 보고 79. 하지만 이 점이 사실상의 패착이었다. 참고도 1, 3의 선수(先手) 행사. 이 수순만으로도 백이 ‘가’로 나와 끊는 단점은 해소된다. 그래 놓고 실전보 92에 빠져 우하를 접수했더라면 이제부터의 승부였다는 것. 백에게 80을 허용한 게 무척 아팠다. ‘나’로 몰면 패(覇)지만 좌변에 백의 팻감이 너무 많다.
이래선 집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국면. 그렇다고 백에겐 곤마도 보이지 않는다. 81은 ‘다’의 치중 등을 보며 후일을 기약하는 점. 백은 82부터 91까지 두텁게 정리한 뒤 우하귀 마저 완생해 버렸다. 흑은 이대로 무너지고 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