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박성웅, "제 별명이 박대리예요"

"제 별명이 박대리에요." 1m87의 장신, 짧게 깎은 머리, 부드러움과 강인함이 두루 묻어나는 눈매. 31세 늦깎이 신인 배우 박성웅. 겉으로는 영락없는 '미스터 소크라테스'(감독 최진원, 커리지필름/오죤필름)의 조직폭력배 '한두'다. 게다가 18일 개봉하는 액션 무협 '무영검'에선 머리와 얼굴에 문신이 잔뜩한 괴승 '마불'을 연기했다고 하니 예사롭지 않은 카리스마가 배어 나온다. 그런데 말이 청산유수다. 한가지 질문을 하면 서너가지로 답을 한다. "이거 또, 얘기하자면 사연이 많죠" 하면서 풀어놓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소속사 사무실에서 '박대리'로 통한다는 그의 말이 이해가 간다. 97년에 '넘버 3'로 영화에 데뷔해 8년간 무명배우로 생활했다. 어려서부터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외대 법학과에 진학했지만 20대 후반에 인생의 진로를 전면 수정했다. 지난해엔 1년간 단 3일만 촬영을 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이 길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집이 경기도 안산이라서 대중교통으로 사무실과 촬영장에 다녀요. 그때 격언집 같은 걸 많이 읽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어요. '날이 밝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죠." 올해 들어 '미스터 소크라테스'와 '무영검'에 잇달아 출연하면서 배우로서의 날이 밝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액션스쿨 1기생 출신답게 '무영검'에선 모든 액션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유난히 담배 피우는 장면이 많은 '한두'를 연기하면서는 문득 드는 생각이 있어 아예 금연초를 피우며 금연에 성공했다. 늦깎이 신인의 '투지'가 엿보인다. "어머니를 닮은 것 같아요. 제 어머니가 여장부세요. 한번은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에 불이 난 적이 있는데, 그때 어머니가 불길을 헤집고 들어가 아버지를 둘러업고 나오셨어요." 어머니는 가장 강력한 그의 후원자다. 30여년 간 공직에 몸담으며 처음엔 그렇게 반대하던 아버지도 이제는 둘째 아들 박성웅의 열렬한 팬이다. "12시간 기다리고 10여분 촬영한 때를 잊지 않을 겁니다. 이젠 앞으로 갈 일만 남았죠." 배우로의 변신은 그에게 '운명'과도 같았다. (스포츠조선 김인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