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후보 5명

이보다 더 치열할 순 없다.　날이 갈수록 여자배우 단독 주연의 영화가 줄어드는 요즘, 여우주연 노미네이트는 '구색 맞추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180도 다르다. 영화상의 꽃인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놓고 대단한 자존심 대결이 예상된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라, 벌써부터 관심집중이다. ◆ 연애의 목적 강혜정 : 박해일과 동반수상? 　 '연애의 목적'의 강혜정은 자타공인 영화상 전문 배우. 워낙 연기력이 뛰어나므로, 벌써 품에 안은 트로피가 한두개가 아니다. 2003년 '올드보이'로 여우조연상을 거머쥐며 청룡과 인연을 맺었으며, '연애의 목적'을 통해 주연배우로서 확실히 자리를 굳혔다. 흥행과 작품성의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이 영화에서 강혜정은 리얼한 연애담을 더욱 리얼하게 그려내 극찬을 받았다. ◆ 사랑니 김정은 : 멜로도 코미디만큼 탄탄 김정은은 '사랑니'로 기존 이미지에서 대대적인 변신에 성공한 경우. 그간 코미디 전문 배우로 사랑받아온 그녀는 '사랑니'에서 19세 고등학생을 사랑하는 학원선생님으로 나왔다. 사랑과 기억에 대한 애달픈 심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 영화에서 김정은은 첫사랑을 닮은 연하남과 사랑에 빠지는 여성의 심리를 쿨(cool)하게 그려냈다. 긴 호흡으로 정제해낸 여백의 연기는 평단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 ◆ 외출 손예진 : "불륜도 아름다울 수 있다" '클래식'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손예진은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 이어 '외출'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사랑의 배신이라는 참담한 현실 속에서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상황을 원숙하게 연기해낸 것. 구체적인 디렉션 없이 배우의 감정을 뽑아내기로 유명한 허진호 감독의 스타일에 웬만한 내공이 아니면 적응이 힘들었을 터. 그러나 손예진이 '외출'에서 보여준 완벽한 멜로 연기는 멜로퀸으로서 화려한 앞날을 예고해주기에 충분했다. ◆ 친절한 금자씨 이영애 : 매혹의 살인자 신선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 또한 기획 초기부터 평단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배우. 그간 청초한 매력으로 사랑받아온 그녀가 연쇄살인범을 연기한다는 사실 또한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는데, 결과 또한 대박이었다. 기존 CF 이미지를 슬기롭게 변주해낸 솜씨는 그녀가 이미 일정 경지에 도달했음을 입증해준다. '친절한 금자씨'로 베니스의 레드 카펫을 밟은 이영애가 이번 작품으로 청룡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을 지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너는 내 운명 전도연 " 눈물연기 정상 재도전 전도연은 청룡과 인연이 깊은 배우. 97년 '접속'으로 신인여우상을 받은데 이어 99년 '내 마음의 풍금'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그녀는 또래 연기자들이 하강곡선을 달리는 것에 반해 정상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너는 내 운명'에서 전도연은 신파와 현실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무게 중심을 확실히 잡아준다. 오랜 세월 정상의 위치를 지켜온 비결이 무엇인지를 순백의 눈물 연기를 통해 제대로 보여준 것. (스포츠조선 전상희 기자)